[주간조선] "금융위기 취약한 한국, 3년 후 제2 외환위기 온다"

    입력 : 2013.08.02 15:56 | 수정 : 2013.08.03 19:20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photo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미래학자 최윤식(42)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이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놨다. 8월 5일자로 발행한 ‘2030 대담한 미래’(지식노마드)라는 책에서다. 최윤식씨는 ‘잃어버린 10년’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책에서 ‘한국 대표기업 삼성의 몰락이 5년 안에 시작될 수 있다’ ‘중국은 40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기 어렵다. 어쩌면 영원히 G1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쇠락할 수도 있다’ ‘2014~2015 경제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시작될 미국의 반격에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엔저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든 아베노믹스의 일본은 시간을 늦출 뿐 IMF 구제금융을 피할 수 없다’는 식의 ‘대담한’ 주장을 한다.

    “삼성이 몰락하다니?” “중국이 쇠락을 해?” “일본이 구제금융을 신청해?” 이런 말을 다른 사람이 했다면 허튼소리로 치부해버렸을 것이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했느냐에 따라 무게가 다르다. 최윤식 소장은 미래학자이면서 지금까지 ‘예측’의 적중률이 높아 경청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미래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미국 휴스턴대 미래학부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학사학위를 받았고 세계적 미래학자인 피터 C. 비숍을 사사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30여명의 연구원과 함께 한국과 아시아를 주제로 10년 이상 연구하고 있다.

    그의 저서는 중국과 일본, 대만에서 번역됐으며, ‘2030년 부의 미래지도’는 출간 직후 일본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30 대담한 미래’는 그가 2008년 ‘한국판 잃어버린 10년’과 ‘미·중 패권전쟁’이라는 미래 시나리오를 발표한 이후 5년 동안의 변화를 분석, 연구한 결과를 집약한 것이다. 그는 5년 전에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이 다가오고 있다고 예측했다.

    지난 7월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5년 전보다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고 단언했다. “최악은 사람들이 서서히 몰락해 가는 상황에 적응한 나머지 이제 위기감조차 잘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가 5년 전에 ‘잃어버린 10년’의 예측을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이 “황당하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지금 미래 위기를 불러올 10가지 핵심 요인에 대한 걱정이 거의 매일 신문과 방송에 나오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후로도 그는 한국의 위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추가적 경고를 해왔다. 그는 △30대 그룹이 2020년 이후에는 현재의 주력사업 대부분을 전환해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30대 그룹 중 절반은 탈락한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의 금융위기가 20년 내에 4~5번 추가로 발생할 것이며, 이르면 3~4년 이내에 첫 번째 위기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럽의 위기를 조심해야 한다 △현재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 부동산 버블 붕괴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대수술을 해야 하는데, 미국과 유럽의 위기로 인해서 실기할 가능성이 크다 △2015년경이 되면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슈는 베이비붐 세대의 몰락이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의 미래예측은 아직 시점이 도래하지 않은 것들을 제외하곤 모두 적중했다. 그는 주간조선과 만나 현재 대한민국은 리더의 위기, 시스템의 위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치·경제·사회 등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미래의 위기와 기회의 가능성만을 만들어낼 뿐입니다. 그 가능성을 실제적 위기 또는 기회로 바꾸는 주체는 사람, 그중에서도 리더입니다. 미래학에서 항상 퓨처스(Futures)라는 복수명사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확히 말해서 상황이 미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의사결정이 미래를 만듭니다. 그래서 미래를 수준 높게 통찰하는 능력을 가진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떨까? 그는 회의적이다.

    “기업과 국가의 리더 그룹이 미래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과 통찰력의 부족으로 위기를 재촉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봉착 중인 시스템 위기도 문제다. “현재 한국의 국가와 기업, 개인의 시스템은 2만달러용입니다. 현재 시스템에는 10가지의 한계가 있습니다. 다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앞으로 5년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어요.” 10가지 한계 중 8가지는 만국 공통이다. △기존 산업의 성장 한계 △종신고용 붕괴 △저출산 △고령화 △재정적자 위기 △경제성장률 저하 △부동산 거품 붕괴 △정부의 뒤늦은 정책이다. 여기에 한국만의 특수한 한계로 다음 2개가 추가된다. △분열과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자본의 취약 △통일 문제.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10년 내에 우리가 직면하게 될 시스템의 문제들은 이처럼 단지 우리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와 선진국 사이에는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EU(유럽연합)는 덩치가 크고, 미국은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고, 일본은 자국 내 소화능력이 있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문제가 생겨도 외환위기를 겪지 않고 국가신용도도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한국은 이런 장점이 없다. 비슷한 문제가 발생해도 위기를 미루거나 세계를 상대로 협박할 수도 없다. “결국 과거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신청 당시처럼 우리 기업의 구조조정과 경제 긴축, 우량자산의 헐값 매각, 막대한 금융비용, 국민의 희생을 요구하는 금융자본의 압박에 굴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이러한 비극적인 미래가 오지 않도록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5년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미 5년을 허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대해 비관적이다. “다가오는 위기에 무덤덤한 한국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위기에 준하는 큰 위기나 GDP(국내총생산)의 -5%가 넘는 극심한 경기후퇴를 겪고 나서야 위기의 본질을 깨닫고 생존을 위한 필사적 개혁에 필요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는 위기를 겪고서야 정치권이나 기업, 국민이 진지하게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받아들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때까지는 국민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합니다.”
    생존을 위해 가장 먼저 대비해야 할 것은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이다. “현재 불거지고 있는 시스템적 문제를 그대로 내버려둔 채, 포퓰리즘 때문에 구조조정을 미루고 개인·기업·정부의 부채를 늘려가면서 부동산 가격 정상화를 계속 늦춤으로써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는 시나리오가 예상됩니다. 그렇게 되면 한순간에 모든 문제가 터지게 됩니다.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황에 몰린 부동산 거품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급격하게 환율을 밀어올리게 되면 제2의 외환위기를 피할 수 없습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최악에 한국은 되살아날 수 있는 마지막 동력까지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제일 답답한 사람이 ‘우리나라가 IMF사태도 잘 극복했고 2008년의 글로벌 경제위기도 가장 먼저 극복했는데 위기는 무슨 위기냐?’고 반문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겪은 IMF 외환위기는 기업과 은행의 부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부실이 개인과 국가에 전가된 것일 뿐입니다. 만약 외환위기를 ‘극복’한 이후 부채의 증가분을 앞설 정도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하지만 이렇게 선순환의 사이클로 복귀한 나라는 드뭅니다.” 그는 “첫 번째 외환위기 때는 기업과 은행의 부채가 주요 원인이지만 제2의 위기 때는 가계부채 증가와 정부의 재정적자 및 총부채의 위기로 그 성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들어온 투기자본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외국 자본이 우리를 보는 시각은 ‘아직 외환위기가 재발하지 않은 나라’입니다. 그래서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20년 동안 외환위기가 재발하지 않으면 그때는 이 족쇄를 풀어줄지도 모릅니다.” 그는 모든 악재가 연쇄적으로 맞물리면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버블의 급격한 붕괴, 정부부채의 증가, 가계부채의 증가, 무역수지 흑자 폭의 감소, 기존 산업의 성장 한계로 말미암은 잠재성장률 급락과 종신고용 붕괴, 저출산·고령화 후폭풍, 정부의 뒤늦은 정책 등이 한꺼번에 몰리면 어떻게 될까요? 여기에 더해 미국의 출구전략과 기준금리 인상을 한국의 기업과 개인이 이겨내지 못한다면? 이번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려고 하는 경제민주화가 실패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는 가계부채와 부동산이 한국 경제를 침몰시키는 양대 뇌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개인과 정부가 모두 수수방관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제2의 외환위기 발발이라는 무서운 시나리오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될 것입니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가계부채는 115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이 정도 규모면 이미 통제의 범위를 넘어섰습니다. 가계부채가 이렇게 늘어난 이유는 무리하게 소비를 늘리고, 빚을 내서 부동산을 사고, 정부가 잘못되거나 뒤늦은 정책을 펴고,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으로 가계의 지출 부담이 더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는 위기의 결정타는 부동산 버블 붕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의 부동산 가격은 5~7년 정도 더 하락하면서 정상가격으로 회귀하게 될 것입니다.” 뭐가 정상가격일까. “부동산 투기가 활발할 때 30평(100㎡)짜리 아파트가 5억~10억원에 팔렸다면 대략 2억~2억5000만원 정도에 팔리는 것이 정상가격입니다.” 부동산이 지금보다 최저 5분의 2, 최고 5분의 1로 폭락한다는 의미다. 그의 우울한 경고는 대한민국 전체만이 아니다. 국민들이 위안으로 삼는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삼성전자=삼성그룹이니 곧 삼성그룹의 미래가 어둡다는 뜻이다.

    그는 창사 이래 최고의 성과를 낸 삼성이 실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경고했다. 설마 하는 사람들에게 최 소장은 노키아와 소니의 사례를 거론한다. 휴대전화의 절대강자였던 노키아의 몰락은 IT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단 한 번의 방심과 혁신의 실패로 노키아는 5년 만에 주가가 20분의 1토막이 났다. 일본의 소니도 마찬가지였다. 소니의 최전성기였던 1996년 32달러였던 주가는 2000년에 150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옛 영광에 자만하다가 혁신의 속도에서 후발주자였던 한국의 공세에 밀리고, 컴퓨터와 휴대전화 분야에서는 애플에 밀리면서 현재는 본사까지 매각해야 할 신세로 추락했다. 그는 삼성전자에도 노키아에 일어났던 일이 똑같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삼성의 반도체와 스마트폰은 길게 잡아도 2020년 이후에는 절대로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며 이건희 회장대에서 그룹의 운명을 걸고 미래형 산업으로의 전환을 끝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가 삼성전자의 앞날을 시사하는 사건으로 든 것이 JP모건 리포트 건이다. 지난 6월 7일 외국계 증권사인 JP모건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인 갤럭시 S4의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보고서를 내놨다. 주가는 즉각 요동쳤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단 하루 동안 6.18% 폭락했다. JP모건의 한 마디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5조2000억원이 증발했다. 삼성전자의 성장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그리 굳건하지 않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그는 “이대로 가면 삼성전자의 위기 혹은 정상에서의 몰락이 이르면 3년 늦어도 5년 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노키아와 애플의 반격이 시작되고, 모토로라를 인수한 구글의 배신이 드러나고, 아마존이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중국 스마트폰이 가격이 아닌 ‘혁신’을 무기로 거센 추격을 해올 것입니다. 그러면 삼성의 장점들이 와해되면서 ‘멜트다운(meltdown)’ 현상이 발생할 것입니다. 애플은 혁신성을 잃더라도 독자 운영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힘을 잃는 속도도 느릴 것입니다. 하지만 삼성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진영 안에서의 1등이라는 약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소비자들의 마음을 잃는 순간, 안드로이드 진영의 다른 회사로 소비자들을 급속하게 빼앗기며 추락할 수 있습니다.”

    그는 한국 정부도 삼성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핀란드 GDP의 30%를 담당하던 노키아가 무너지자 핀란드 정부와 대학, 기업은 힘을 합쳐 노키아에 모여 있던 기술과 인재를 수백 개의 벤처로 되살려 냈다. ‘앵그리버드’의 신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는 노키아가 무너져도 핀란드 경제가 건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면서 정부가 핀란드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것을 권한다. 그는 “유일한 해법은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연구와 예측기법을 통해 다가오는 위기와 위협을 예측하고, 이대로 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지를 알아내야 합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신라 말 장보고와 같은 대담한 미래 구상이라고 강조했다. “눈앞의 위기를 수습하는 것을 넘어 아시아·태평양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계질서 재편기의 조정자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세계강국으로 도약할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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