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악습, 깜깜이 예산 편성] [下] 日, 공무원 對 전문가 '예산 논쟁' 생중계

입력 2013.07.31 03:01

美는 의회서 예산안 청문회

정부의 예산편성 방식과 절차는 나라마다 다르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은 주요 예산편성 과정을 국민이나 의회에 상당 부분 공개하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가 예산편성의 전 과정을 틀어쥐고 '깜깜이' 편성을 하게 되면 정치권·부처·지방자치단체·민간기업 등 이해 관계인들과의 '밀실 협의'를 통해 예산 배분이 왜곡되고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제 국가이지만 예산편성권을 의회가 가지고 있다. 미 의회의 예산편성 첫 단계는 예산위원회가 국가 예산 총액, 분야별 예산 한도 등 큰 틀의 예산 결의안을 만드는 것이다. 의회는 결의안 작성에 앞서 공개 청문회를 열기 때문에 국민이 예산편성의 각종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의회가 예산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법을 만드는 과정도 역시 공개된다.

지난 2009년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일본 정부와 전문가들의 예산 타당성 논쟁 장면.
지난 2009년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일본 정부와 전문가들의 예산 타당성 논쟁 장면. /일본 내각부 홈페이지
일본에서는 2009년 하토야마 정권이 집권한 뒤 '예산편성 투명성 확보'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불필요하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더 이상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그 재원을 복지 분야로 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각 부처의 329개 예산 사업을 놓고 민간 전문가들이 포함된 평가단은 담당 부처 공무원을 상대로 사업에 타당성이 있는지, 요구한 예산액이 적정한지 등을 집중 질의했다. 이 예산 평가 논쟁 과정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이를 통해 예산이 전액 또는 일부 삭감된 사업이 전체의 60%에 달했다.

스웨덴에서는 정부가 예산편성의 기초가 되는 경제성장률 전망과 예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해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예산의 큰 틀과 방향에 대해 공개하고 의회의 사전 통제를 받고 있는 것이다. 영국·뉴질랜드·브라질 등도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나라마다 정부 형태, 예산 절차가 달라 외국 사례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어떤 방식이든 예산편성 과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정부는 4~5월 예산편성 지침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지만 예산 총액과 부처별 한도 등 구체적 내용은 제출하거나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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