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43] 기억을 이식할 수 있으면 영생도 가능?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과 교수
    입력 2013.07.30 03:04 | 수정 2013.07.30 10:00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과 교수
    얼마 전 MIT 대학의 스스무 도네가와(Susumu Tonegawa) 교수팀이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MIT 팀의 실험은 단순하다. 우선 광유전자(optogenetics)라는 방법을 통해 실험동물 해마에 있는 신경세포들을 특정 파장 빛에 반응하게 조작한다. 해마는 기억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구현하며, 특히 과거에 경험했던 공간에 대한 기억이 저장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험동물에게 평범한 첫 번째 방을 경험하게 한 뒤 두 번째 방에서 전기 자극을 받게 한다. 당연히 동물에게 두 번째 방이 '전기 자극'이라는 나쁜 경험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하지만 광유전자적으로 변종된 해마를 조작한 결과 동물은 아무런 나쁜 경험이 없었던 첫 번째 방을 전기 자극 받은 장소로 착각하기 시작한다. 서울에서 소매치기당하고, 대전에서 경험했던 걸로 기억한다는 것이다.

    도네가와 교수의 결과는 국내외 다양한 언론에서 소개되었지만, 사실 기억 조작이라고 하기엔 아직 개념적 문제들이 있다. 우선 논문 제목에서 제시하듯 ('Creating a False Memory in the Hippocampus' - 해마에 허위 기억 생성) 완전히 새로운 기억을 만든 것이 아니고, 단순히 사전에 가지고 있던 기억을 혼돈시켰을 뿐이라는 지적을 할 수 있겠다. 완전 허위의 기억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기억 코드 그 자체를 이해하고 뇌에 전달해야 하지만, 아직 현대 뇌과학 수준으론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실험이다. 소매치기당한 적 없는 사람에게 소매치기당했다는 허위 기억을 만들어 낼 순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기억 조작과 기억 이식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할까? 우선 기억이란 몸과 행동을 통한 직접적 경험을 기반으로서만 가능하다고 가설해볼 수 있겠다. 기억이란 항상 '나'라는 자아의 기능이기에, '나'와 독립된 추상적인 기억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가설이 맞는다면 결국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기억은 변형시킬 수 있더라도, 내가 하지 않은 경험을 무에서부터 만들어낼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반대로 기억이란 뇌의 객관적인 특정 상태이기에 여러 컴퓨터에서 동일한 결과를 내는 소프트웨어같이 다양한 뇌에서 '돌릴 수' 있다면? 그렇다면 타인의 경험 역시 충분히 나의 기억으로 느낄 수 있다. 먼 미래에는 어쩌면 나의 모든 기억을 통째로 타인의 뇌에 입력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내 기억의 합집합이지 않을까? 내 기억을 타인에게 복사한다는 것은 그렇다면 결국 '나' 자신을 복사한다고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미국 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Raymond Kurzweil)은 언젠간 완벽한 기억 이식을 통한 영생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어쩌면 오늘 우리는 '죽음'이라는 걸 경험할 마지막 인간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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