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에서, 백령도에서 묻다… 休戰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입력 2013.07.29 02:59

[정전 60주년 기념 전시회]

- 철원 '리얼 DMZ 프로젝트 2013'
긴장의 공간 아닌 예술 공간으로… 민통선 초소 등에 작품 20점 전시

- 백령도 '52만5600시간과의 인터뷰'
대피소 앞 플래카드에 '나오쇼…' 실향민과 군인 위한 위로 담아

6·25 최대의 격전지였던 철원, 대한민국 최북방의 섬 백령도. 긴장과 대치의 공간 철원 DMZ를 예술의 공간으로 재해석한 '리얼 디엠지(DMZ) 프로젝트 2013 : 보더라인', 군인과 실향민의 섬 백령도를 위로하는 '백령도_52만5600시간과의 인터뷰'전이 나란히 열리고 있다. 정전 60주년을 맞은 한반도에서만 가능한 두 전시다.

◇철원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3 : 보더라인'전


6·25전쟁 37개월간 전투의 3분의 2는 지금의 'DMZ(비무장지대)' 안팎에서 벌어졌다. 철원은 DMZ 총 248㎞ 중 약 80㎞를 품은 땅. 일제의 한반도 수탈 통로 경원선 길목에 번성했고, 전쟁 후 완벽한 폐허가 됐으며, 지금은 군사적 대치 덕에 잘 보존된 자연을 갖게 된 곳이다. 7개국 13개 팀이 '현대사의 아이러니'가 얽힌 철원의 장소마다 총 20여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녹슨 철마(鐵馬)가 멈춰선 월정리역, 얼음창고와 금융조합, 뼈대만 남은 노동당사 등이 전시장·공연장으로 변했다.

고요하고 냉혹한 현실과 과장된 픽션 공간 사이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정연두 작가의 사진 작품 '태극기 휘날리며 - B 카메라'(2013). /전시기획사‘사무소’제공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DMZ평화문화관. 정연두의 '태극기 휘날리며-B 카메라'는 동명의 영화 장면을 재구성했다. 정 작가는 "지난 3월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현 전시장 바로 곁 철책선 내에서 촬영한 작품"이라고 했다. 재현된 영화의 공간은 긴박하지만, 배경이 된 실제 철책은 고요하다. 그 간극에 기묘한 부조리가 있다. 평화관 건물 앞 광장에는 싱가포르 작가 히만청의 '백년의 고독', 한국 작가 구정아의 '의식 확장' 등 설치 작업을 만난다. 구(舊) 민통선 초소 등 의외의 장소에 걸린 윤수연 작가의 사진 작품들도 흥미롭다.

전시 기간인 9월 22일까지 주중엔 철원 '철의삼각전적지'(033-450-5558)에서, 토요일엔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출발(033-455-8275)하는 전시 투어가 마련돼 있다.

◇'백령도_52만5600시간과의 인터뷰'전

설치미술가 김기라(39)는 최근 냉면을 먹다가 전쟁을 떠올렸다. '평양' '함흥' 등 북쪽 지명이 흔적기관처럼 남은 냉면이 남북의 매개체란 생각이 들자 북녘 동포에게 편지를 썼다. 이달 초 백령도 사곶 해수욕장에서 편지를 담은 유리병을 띄워보냈다. 그 장면을 찍은 영상을 백령도 제7호 대피소에서 상영한다.

백령도 제7호 대피소 외벽에 '나오쇼, 나오쇼, 나오지 마쇼, 나오지 마쇼'라 적힌 플래카드는 미술가 이지수의 작품 '공격2'. 현관 지붕에 설치된 녹색·파랑·노랑의 삼각형은 긴박함을 부각시키기 위한 김주은의 작품 'Here1'이다
백령도 제7호 대피소 외벽에 '나오쇼, 나오쇼, 나오지 마쇼, 나오지 마쇼'라 적힌 플래카드는 미술가 이지수의 작품 '공격2'. 현관 지붕에 설치된 녹색·파랑·노랑의 삼각형은 긴박함을 부각시키기 위한 김주은의 작품 'Here1'이다. /백령도=곽아람 기자
북한 황해도 장산곶과 13㎞ 거리, 대한민국 최북단의 섬 백령도에서 전쟁은 냉면처럼 일상적이다. 백령도에서 나고 자란 주민 이은실(43)씨는 "포(砲) 소리를 들은 육지 사람들은 긴장하지만, 우리는 '또 쏘는구나' 그냥 넘긴다"고 했다. 이 무심한 '전쟁의 섬'에서 40여명의 작가가 다음 달 7일까지 작품 60여점을 선보인다. 인천아트플랫폼의 정전 6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이다.

"나오쇼, 나오쇼, 나오지 마쇼, 나오지 마쇼." 미술가 이지수(25)는 7호 대피소 바깥벽에 붉은 바탕에 흰 글씨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절박한 이 문구는 소설집 '백령도의 추억' 중 김용성의 '강 건너 북촌'에서 발췌한 것. "6·25 전쟁 직후 감방에서 간수의 눈을 피해 포로들이 나누는 대화입니다. 안전해졌다는 안심, 그리고 다시 위험하다는 경계의 말. 백령도 상황과 똑 닮았지요." 백령도는 '심청전'의 배경. 화가 서용선(62)은 인당수가 내려다보이는 심청각 안에 어린 심청을 안은 심봉사 그림을 내걸었다.

백령도 주민 중 상당수가 전쟁을 피해 황해도에서 맨몸으로 건너왔다. 전시는 실향의 세월을 이겨낸 주민들에게 건네는 격려이자, 북녘 동포들에게 보내는 평화의 메시지다. (032)76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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