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의 태평로] 국제사회가 일본의 野黨이 돼야 할 판

    입력 : 2013.07.25 03:04 | 수정 : 2013.07.25 13:30

    강인선 국제부장 사진
    강인선 국제부장

    지난 주말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했다. 일본 정치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독무대처럼 된 상황에서 자민당의 승리는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패배는 충격적이었다.

    민주당은 참의원 전체 242석 중 121석을 다시 뽑는 이번 선거에서 가까스로 17석을 얻어 65석을 얻은 자민당에 참의원 원내 제1당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총선(중의원 선거)에서 294대57로 자민당에 완패한 데 이은 또 한 번의 참패였다. 민주당이 불과 7개월 전까지 집권당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선거에서 받은 성적표는 ‘당 해체 수준에 가까운 패배’이자 ‘몰락’이다.

    선거 두 번 치르는 동안 재기 불능의 타격을 입으면서 민주당의 스타 정치인들도 동반 몰락했다. ‘민주당 트로이카’라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一郞) 생활의당 대표. 이들은 2009년 54년 만에 자민당의 일당 지배 체제를 무너뜨리고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를 이뤄낸 역사적 정치 드라마의 주인공들이었다. 하지만 이젠 민주당만큼이나 존재감 없는 정치인으로 추락해버렸다.

    민주당의 몰락은 물론 자신들의 무능 때문이긴 하지만 앞으로 일정 기간 자민당과 아베의 독주 시대가 열린다는 걸 의미한다.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 개정, 집단 자위권 도입, 과거사 사과 담화 부인,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국제사회에 분란을 일으킬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우경화 어젠다로 무장하고 상하 양원을 장악했다. 하지만 일본엔 제 앞가림조차 어려운 지리멸렬한 야당이 있을 뿐이다. 일본 내에서도 사실상 양당제가 기능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사회는 이런 일본 상황이 동북아 갈등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에선 자민당의 승리에 과민 반응하지 말고 냉정하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일본 유권자들이 아베의 우경화 정책을 승인한 것이 아니라 아베노믹스에 대한 지지와 기대를 보여줬을 뿐이란 것이다. 투표율이 저조해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다. 자민당 승리가 당연시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굳이 투표장으로 가서 ‘반대 의사’를 표시할 의욕을 느끼지 못했으리란 것이다.

    하지만 아베의 승리를 투표율 낮은 선거가 빚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로 봐야 할까. 유권자들은 아베노믹스만 보고 표를 던졌을까.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선거 승리는 국민이 아베 정부에 당분간 하고 싶은 걸 해보라고 문을 열어줬다는 의미이다. 아베의 평소 지론에 따른다면 정치는 결과로 말한다. 선거 승리가 확정되자 그는 “정치는 결과”라며 이젠 개헌 준비에 시동을 걸 때가 됐음을 시사했다.

    물론 일본인들이 모두 아베의 생각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정당 투표에서 자민당이 얻은 득표율은 약 35%였다. 나머지 사람들의 마음은 자민당이 아닌 야당 어딘가에 가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를 하나로 엮어줄 정치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집권당은 현실이고 야당은 미래다. 유능한 여당만큼 중요한 게 건강한 야당이다. 아베의 일본이 걱정스러운 이유는 일차적으로는 아베 정부의 성향 그 자체 때문이지만 이를 비판하고 제동을 걸어줄 야당 세력의 힘이 약해도 너무 약하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한국도 견제 세력 없는 아베의 질주를 상대하는 어려운 외교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젠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일본을 견제하는 강력한 야당 역할을 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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