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공명 연립 여당이 압승을 거뒀다. 일본 언론 출구조사 및 개표 중간 집계에 따르면 자민당과 공명당이 참의원 의석의 절반(121석)이 걸린 이번 선거에서 60% 이상의 의석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공명당은 지난해 12월 중의원 선거에선 480석 중 3분의 2가 넘는 325석을 차지했다. 아베 연립정부는 하원 격인 중의원에 이어 그간 야대(野大)였던 참의원까지 과반 의석을 갖게 됐다.

앞으로 3년 일본에 큰 선거가 없어서 아베 정권은 그간 자주 등장했던 '단명 정권'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제1 야당 민주당이 작년에 이어 참패하면서 아베 정권을 견제할 만한 정치 세력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선 아베노믹스라고 부르는 아베의 경제 정책 등을 대다수 일본 국민이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관심은 이제 아베가 일본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고 갈 것인가 하는 데 집중될 수밖에 없다. 아베는 20일 도쿄 유세에서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헌법을 바꾸자"고 했다. 아베와 자민당은 선거 기간 내내 일본 '평화헌법'의 근간이 되는 헌법 9조를 반드시 손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일본 헌법 9조는 '전쟁 포기, 일본의 교전권(交戰權) 불인정, 군대 불보유'를 명기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치에서 개헌 지지 세력이 늘었다고는 해도 당장 연립 정권 파트너인 공명당부터 평화헌법 수정에 반대하고 있다. 곧바로 개헌을 추진하기엔 정치적 대가도 만만치 않다.

일본도 언젠가는 다른 나라처럼 군대를 갖고 군사적 권리를 주장할 날이 오게 될 것이다. 그러려면 일본은 먼저 아시아 국가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본이 군사적 힘을 지니더라도 침략을 절대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하여야 한다. 그러나 아베의 일본은 이 문제에서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갔다. 심지어 일제의 침략 전쟁을 사실상 부인하기까지 했다. 한국과 중국은 이런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 것조차 피하고 있다. '아베의 개헌'은 아시아 인접국들이 일본에 대해 갖고 있는 의구심과 불신에 불을 지르는 것이 될 수 있다.

선거 부담에서 벗어난 아베 내각이 외교적으로 다른 모색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베 총리는 정상 외교 강화에 큰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일본이 가장 중시하는 미국은 줄곧 아베 내각의 우경화를 반대해 왔다. 한국과 중국도 참의원 선거 승리 이후 아베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동북아 질서 전환기의 한가운데에 자신들이 서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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