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개방형 직위인 감사관, 우정사업본부장, 국립중앙과학관장 자리에 전문성 있는 인재를 영입한다고 공개 모집 공고를 내고서는 세 자리 모두에 관료 출신을 임명했다. 대구과학관·광주과학관 초대 관장도 공모(公募) 절차를 거쳐 관료 출신을 앉혔다. 미래부는 "민간인 출신도 응모했지만 전문성을 비롯한 여러 평가 항목에서 관료 출신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정부 부처의 개방형 직위는 민간인과 공무원의 공개경쟁을 통해 공직 사회의 경쟁력을 높이고, 민간의 아이디어를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각 부처는 대부분 공모 절차는 형식적으로 밟으면서 결국엔 공무원 출신을 임명하고 있다. 개방형 직위를 내부 승진·전보(轉補) 인사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말 현재 전체 개방형 직위 311개 중 민간 전문가가 임명된 자리는 88개로 28%에 지나지 않는다. 미래부는 개방형 직위를 관료들이 독차지하는 게 미래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미래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맡기겠다며 의욕적으로 신설한 부처다.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게 미래부가 설정한 공식 목표다. 미래부가 역대 정부와 다른 발상으로 경제의 미래를 열어가려면 무엇보다 민간 부문의 유능한 인재를 대거 끌어들여야 한다. 관료 출신만이 창의력과 상상력,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식으로 미래부 공무원들이 민간에 개방된 직위까지 싹쓸이하면서 말로만 '창조'와 '융합'을 떠드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다.

미래부가 '창조경제 실현 계획'을 비롯해 지난 4월 출범 이후 내놓은 정책들은 대부분 과거 정부가 추진했던 것들을 실행 연도(年度)만 바꿔 다시 짜깁기한 수준이다. "미래부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담당 부서들이 서로 겉돌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좋은 자리 나눠 갖는 일에는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이런 풍토에서 독창적인 정책이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나올 턱이 없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무슨 '미래'가 있고 '창조'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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