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미 데이비스 주니어는 2차대전 후 미국에서 흑인으로는 가장 큰 인기를 누린 스타였다. 가수·배우·댄서·뮤지션이었고 입담과 성대모사도 빼어났다. 그가 처음 명성을 얻은 곳이 군대였다. 미 국방부는 1940년 '특별 서비스(SS·Special Services)' 부대를 만들었다. 징집 대상이 된 가수·배우를 뽑아 군 주둔지를 돌며 공연하게 했다. 흑인을 무시하던 백인 병사들도 SS대원 새미 데이비스에게 환호했다. 그는 "내 무기는 재능이었다"고 했다.

▶1957년 엘비스 프레슬리가 입대 신체검사에 합격하자 육군과 해군이 서로 데려가려고 경쟁했다. 해군은 '엘비스 프레슬리 중대'를 만들고 개인 숙소도 주겠다고 했다. 육군은 해외 순회 공연을 주선하고 언제든 언론 인터뷰와 방송 출연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프레슬리의 매니저는 "해군과 육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간 수백만 미국 젊은이들이 화를 낼 것"이라고 했다. 프레슬리는 서독 미군 기지에서 보통 사병으로 복무했다.

▶우리 군은 1950년대 위문 공연 다니는 문화선전대를 사단·군단별로 뒀다. 주로 '끼' 있는 병사를 찾아내 문선대를 꾸렸다. 원래 부대에 소속된 채 파견 나가는 형식이었다. 개그맨 김병조는 72년 백마부대 문선대에서 희극 공연을 도맡아 장병들이 배꼽을 쥐게 했다. 제대를 앞두고 정훈참모가 그를 불러 "애 많이 썼다"며 부대와 자매 결연한 방송사에 추천해줬다. 덕분에 그는 개그맨이 됐다.

▶개그팀 '컬투'의 정찬우는 수색대 일병이던 90년 공연 온 문선대의 장기자랑 무대에 올랐다. 잘하면 휴가를 보내준다고 해서 열심히 했더니 일등이 됐다. 그는 그때 자신의 '끼'를 발견했다고 했다. 한석규부터 김건모 유준상 유재석 김제동까지 문선대 출신 스타가 수두룩하다. 96년 국방부는 부대별 문선대를 없애고 직할 홍보지원대를 창설했다. 국군 TV·라디오에 출연하고 공연을 다니며 군 안팎 홍보활동을 한다. 스무 명쯤만 뽑으니 경쟁이 심해 대개 일급 스타들 차지다.

▶홍보지원대원, 이른바 연예병사들의 군기 빠진 군 생활 실태가 잇따라 드러나자 국방부가 홍보지원대를 없애겠다고 했다. 철책 근무를 자원한 원빈, 해병대에 다녀온 현빈처럼 제대로 복무하는 스타를 보며 많은 국민이 흐뭇해한다. 그러나 재능을 발휘해 장병의 사기를 높이고 결속시키는 것도 군과 국민에게 훌륭히 봉사하는 길이다. 엘리트 스포츠 선수를 모은 체육부대 '상무'도 있지 않은가. 문선대든 홍보지원대든 엄격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지, 제도 자체를 부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