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지방 건설업자 윤모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 성 접대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과 윤씨를 특수 강간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김 전 차관과 윤씨가 별장에서 여러 여성과 강제로 성 관계를 했다고 밝혔다. 특수 강간은 흉기를 사용하거나 두 사람 이상이 공모해 강간했을 때 적용된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은 불구속하고 윤씨는 특수 강간 외에 저축은행에서 부정 대출을 받은 혐의 등을 추가 적용해 구속했다.
경찰은 피해 여성 5~6명, 윤씨의 친인척과 별장 직원, 참고인들의 진술과 현장에서 촬영된 동영상을 근거로 김 전 차관이 2007년 4~5월과 2008년 3~4월쯤 두 차례 여성들과 성 관계를 가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첫 번째 성 관계를 한 2007년엔 검사장급인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두 번째인 2008년엔 춘천지검장으로 있었다. 윤씨는 유흥 업소에서 소개받거나 평소 자신과 알고 지내는 여성들을 성 접대에 동원했다. 이 여성들은 전·현직 공무원, 기업인, 교수, 병원장 등 10여명도 성 접대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지목된 남성들은 대부분 여성들과 술만 마셨다고 했지만 그중 일부는 성 접대를 받았다고 시인했다고 한다.
김 전 차관은 성 관계 사실을 부인했고 윤씨도 그에게 성 접대를 한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앞으로 김 전 차관을 특수 강간 혐의를 그대로 적용해 기소할지, 또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릴지는 아직 예단(豫斷)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것과는 별개로 평소 검사들의 생활이 어떠한가를 온 세상에 드러냈다. 그동안 여러 건의 검사 비리 사건이 터졌지만 이번만큼 충격적으로 검사들의 공사(公私) 생활 모습을 국민에게 전해준 사례가 드물다. 김 전 차관이 검찰 고위직에 오른 것은 최소한 윤리의식에선 검찰의 평균 이상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가 왜 이번과 같은 성 추문 논란에 휩쓸리게 됐는지를 검찰 전체가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처럼 검찰이 낭떠러지에서 굴러 떨어지듯 하는 상황에선 검찰이 아무리 하늘을 떠받치는 권력을 갖고 있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검사가 도덕성과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국민은 검찰이 휘두르는 법을 흉기로 여겨 두려워할 뿐이다. 검찰은 도덕성과 정당성의 회복이 절체절명(絶體絶命)의 긴급 과제라는 걸 깨닫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