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0일 발표한 4대강 입찰 비리 감사 결과의 핵심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이 향후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재추진을 위한 사전 작업의 성격이 크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홍수 예방, 수량 확보라는 4대강 사업의 기본 취지를 감안할 때, 이명박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강바닥을 깊이 팠고 보(洑)도 많이 설치했다고 봤다.
①"수심 2~4m면 충분한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6월 야당 등의 반대에 부딪혀 대운하 포기 선언을 한 뒤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그해 12월 국토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해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4대강 공사 구간에서 흙·모래가 많이 쌓인 퇴적 구간의 퇴적물만 걷어낸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수심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 준설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토부는 2009년 6월 발표한 '4대강 사업계획'을 통해 낙동강의 수심을 4~6m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감사원 측은 "4대강 사업은 수심 2~4m면 충분한데도 필요 이상으로 강바닥을 깊이 판 것은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낙동강은 최소 수심이 6m로 대운하 계획에서 마련된 수심(6.1m)과 거의 비슷해졌다. 수심 6m는 4000~5000t급 화물선이 다닐 수 있는 깊이다.
②보(洑)도 4개에서 16개로 늘어
감사원은 이명박 정권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하면서 준설 규모가 당초 2억2000만t에서 5억7000만t으로 2배 이상 늘었고, 수량 확보를 위한 보(洑)도 소형보 4개에서 중·대형보 16개로 증가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③'대운하 재추진' 관련 언급 확인국토부가 당초 계획과 달리 강 수심을 깊게 하고 준설량을 대폭 늘린 내용으로 '4대강 사업계획'을 발표한 것은 당시 청와대의 주문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감사원 판단이다. 감사원은 국토부가 보관 중인 '대통령 말씀 자료'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토부가 2008년 12월 강바닥의 퇴적물만 제거하는 쪽으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하자 "수심이 5~6m가 되도록 굴착하라"고 지시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청와대는 4대강 계획을 마련하고 있던 국토부에 "추후 운하 재추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으니 (건설사 컨소시엄 내의) 대운하 설계팀과 합동으로 금주 중에 추진 방안을 마련하라"(2009년 2월), "4대강의 물그릇을 4억8000만t에서 8억t으로 늘려야 한다"(2009년 6월)고 지시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감사원은 또 이 과정에서 국토부가 청와대에 "추가 준설 등으로 운하 추진이 가능하다" "추후 운하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보고한 문건도 확보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