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가족 눈물 닦아주려… 전문 병원 엽니다

조선일보
  • 이태훈 기자
    입력 2013.07.09 03:03 | 수정 2013.07.17 10:31

    성공회·政·財·의료 인사 40명, 16일 '랜디스 병원' 추진委 발족

    "무허가 시설에 치매 증세 중기 어르신을 모시면 자물쇠 채워 사실상 '감금'하는 게 전부입니다. 가정 파괴, 노인 자살 같은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박상동 동서한방병원 이사장)

    이미 50만명을 넘어선 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2020년 75만명, 2030년 140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매년 암 환자 12만명이 발생해 6만명 넘게 사망하지만 사망자의 95% 정도는 호스피스(완화 의료) 혜택 없이 죽는다.

    ‘랜디스 기념병원’을 세우는 데 힘을 모은 사람들. 왼쪽부터 설립위원장 이정호 성공회 신부, 이종길 화성시 나래울 종합복지타운 관장, 박상동 동서한방병원 이사장, 곽동일 전 고려대 안암병원장, 이인재 한신대 재활학과 교수
    ‘랜디스 기념병원’을 세우는 데 힘을 모은 사람들. 왼쪽부터 설립위원장 이정호 성공회 신부, 이종길 화성시 나래울 종합복지타운 관장, 박상동 동서한방병원 이사장, 곽동일 전 고려대 안암병원장, 이인재 한신대 재활학과 교수. /이태훈 기자
    대한성공회(김근상 의장주교)가 사회 각계각층의 힘과 의지를 모아 경기도 파주에 말기 암 환자 호스피스 및 치매 전문 의료기관 '랜디스 기념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1890년 조선에 와 많게는 하루 1300여명의 환자를 돌보다 8년여 만에 과로사한 성공회 의료 선교사 엘리 바 랜디스(Landis·1865~1898)를 기념해 짓는 병원이다. 박상동 이사장이 100억원 상당의 병원 부지(3800여평)를 내놨고, 치매 500병상, 호스피스 약 100병상 등 병원 청사진도 마련했다. 오는 16일에는 오제세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비롯, 정·재계와 종교계·사회단체 인사 약 40명이 참여하는 추진위원회 발족식이 열린다. 추진위에 고문·자문위원으로 참여한 박 이사장, 곽동일 전 고려대 안암병원장, 이인재 한신대 재활학과 교수, 이종길 경기 화성시 나래울 종합복지타운 관장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정동 성공회 주교관에 모였다.

    정신과 전문의인 곽 전 병원장은 "전국 요양시설·병원이 1200여 곳이지만 일정 수준의 시설과 인력을 갖춘 곳은 절반 정도"라고 했다. "노인들은 얼마 전 치매에 걸린 부인을 차에 태우고 저수지에 뛰어들어 자살한 부부 사건을 접한 뒤 '나도 차 팔지 말아야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무섭고 슬픈 일입니까." 이종길 관장은 "치매 노인을 모시다 가족이 실직하는 경우가 30%가 넘는다. 안심하고 어른을 맡길 곳이 없어 가정이 무너진다"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 한센인과 함께 살아온 이정호 성공회 신부는 병원 설립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저도 아버지를 치매로 잃었습니다. 치매와 말기 암은 나와 내 가족이 겪을 일이며, 누구나 '품위 있는 죽음'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더 많은 분이 참여하실 수 있도록 몸이 부서져라 뛰겠습니다."

    랜디스 기념병원 설립 추진위 (02) 738-6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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