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더그아웃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 바로 류현진(26)과 후안 우리베(34)가 장난을 치는 모습이다. 나이 차가 8살이나 나지만 류현진은 동년배의 친구를 대하듯 우리베에게 서슴없이 해바라기 씨를 투척하고, 우리베도 지지 않고 류현진을 응징한다.

때로는 류현진이 우리베에게 심한 장난을 한 다음 '저렇게 과한 장난을 쳐도 복수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바로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둘은 웃고 장난치기에 여념이 없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지만 세계 각지에서 선수들이 모여드는 메이저리그이기에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특히 자주볼 수 있는 장면은 서로에게 '핵꿀밤'을 먹이는 장면이다. 류현진이 우리베의 목을 헤드락 건 뒤 짓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주먹을 날리는 모습은 이제 익숙하다. 우리베가 류현진에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 장면은 마치 1993년 은퇴를 앞둔 46세의 놀란 라이언(현 텍사스 공동 구단주)이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을 때 26살의 로빈 벤추라(현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에  핵꿀밤을 먹이던 걸 연상케 한다.

사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머리를 건드리는 건 금기에 가깝다. 웬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면 머리는 건드리지 않는다. 대체 이들은 왜 서로의 머리를 공격하는 것일까. 류현진의 통역을 맡고 있는 마틴 김으로부터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류현진과 우리베는 서로 모국어를 할 때마다 꿀밤을 맞기로 내기를 했다고 한다. 류현진이 한국어를 하고,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우리베가 스페인어를 하면 서로 맞는 셈이다. 류현진은 이제 막 미국에 건너와 아직 영어가 서툴고, 우리베는 메이저리그에서 뛴 지 10년이 넘었지만 영어로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하는 게 익숙치 않다.

류현진과 우리베는 영어에 익숙하지 않다는 공통점으로 급속도로 친해졌다. 이들 외에도 쿠바 출신인 야시엘 푸이그, 멕시코 출신인 루이스 크루스가 함께 몰려 다니는 친구였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이국에서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쉽게 가까워진 것이다.

류현진은 절친이었던 크루스가 양키스로 이적하게 되자 많이 섭섭했다고 한다. 마틴 김은 "크루스가 이적하면서 우리베가 좀 더 류현진을 챙겨주고 더 가까워진 것도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