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일본이 '正常 국가' 되려면

입력 2013.07.03 03:03 | 수정 2013.07.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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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수 국제부 기자

일본이 이웃 나라의 신뢰를 얻을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이를 통해 일본은 '전범국' 오명(汚名)을 벗고 향후 동아시아 질서를 주도하는 도덕적 명분과 정치적 입지를 다질 수 있다.

가장 강력한 방법은 현재 일본 영토 일부를 전쟁 범죄 대가로 과거 피해를 본 국가에 할양하겠다고 선언하는 일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 할 테지만, 같은 패전 국가인 독일은 그렇게 했다. 독일은 패전 후 동부 오데르강과 나이센강을 기준으로 하는 오데르-나이센선(線) 동쪽 지역 영토 11만㎢를 피해국 폴란드에 떼주었다. 일본의 규슈(九州)·시코쿠(四國)·오키나와(沖繩)를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큰 땅이다. 규슈 면적의 70%에 해당하는 알자스로렌 지방은 온전히 프랑스 영토가 됐다. 알자스로렌 지역 주민 대부분은 독일어계인 알자스어를 쓰지만 전후 지금까지 프랑스인으로 살고 있다.

이런 사실은 일본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일본 외무성 국제정보국장을 지낸 마고사키 우케루(孫崎亨) 전 보에이(防衛)대학 교수는 저서 '일본의 영토 분쟁'에서 "알자스로렌을 규슈로 바꿔서 말해보면, 일본 국적으로 살아온 규슈 사람들이 중국인이나 한국인으로 국적이 바뀌고 일본어 대신 중국어나 한국어를 쓰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2차대전 후 영토 상당 부분을 상실한 독일은 새로운 진로(進路)를 찾았다"면서 "유럽연합이라는 조직의 중심이 되는 길을 선택했고, 오늘날 독일은 유럽연합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나라가 되었다. 그 영향력은 국토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도 독일의 길을 따른다면 국토를 뛰어넘어 동아시아 공동체의 중심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

굳이 땅을 떼주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다. 매년 8월 15일 같은 상징적인 날에 피해국 국민에게 거듭 사죄하는 일이다. 독일은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만일 일본의 총리 이상 책임자가 일제 학살 현장인 한국의 제암리, 중국 난징(南京) 등을 찾아 용서를 구한다면 피해 국민의 '앙금'은 일시에 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 한 사람이 1970년 폴란드 바르샤바를 찾아 나치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함으로써 나머지 독일 국민은 당당히 일어설 수 있었다.

더 쉬운 방법도 있다. 그저 가만히만 있어도 된다. "침략의 정의(定義)는 정해져 있지 않다"거나 "위안부 강제 동원 증거가 없다"거나 하는 망언(妄言)을 일삼지 않고,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참배만 하지 않아도 피해국 국민은 일본과 미래를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다.

안타깝지만 현 자민당 정권은 어느 것 하나 할 수 있는 자체 역량이 없어 보인다. 자민당은 곧 열리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난 25일 '자학사관(自虐史觀)에 사로잡힌 교과서를 개정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제출했다. 정상적이라면 잘못을 인정하는 일을 '용기'라 부르지 '자학'이라 하지 않는다. 요즘 자민당이 하는 일을 보면 일본은 참으로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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