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선 오페라가 '500원'

입력 2013.07.02 03:02

[文化力, 그 현장] ⑤ 양평군 '서종 동네 음악회' [끝]

서종면 주민이 직접 기획, 실내악·합창·뮤지컬·무용… 한달 한번 공연 14년째 이어와
공연 익숙하니 문화 안목도 성장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서종중학교에서는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짜리 공연이 열렸다. 무대에 올라선 사람들은 일개 면(面) 수준의 연주자들이 아니었다. 러시아의 돈 코작 합창단(Don Cossack's Choir)과 캅카스 댄스 앙상블(Kavkaz Dance Ensemble)이었다. '볼가강의 뱃노래'가 장중하게 울려 퍼지고 흥겨운 캅카스 댄스가 펼쳐졌다. 아이들, 주부, 노인들이 어우러져 너무 긴장하지도, 너무 산만하지도 않은 여유 있는 분위기. 131회째를 맞는 서종면의 '우리 동네 음악회' 공연 모습이다.

'관람료 1000원' 14년째 계속

서종면 '우리 동네 음악회'의 공연 목록은 화려하다. 지난해 4월에는 모스크바 소년소녀 합창단 내한 공연(121회), 12월에는 오페라 '라보엠'(127회), 지난 3월에는 '뮤지컬 갈라 콘서트'(128회), 지난 5월에는 팝카펠라 원달러 공연(130회)으로 이어졌다. 오페라·뮤지컬부터 실내악·국악·무용·퍼포먼스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지난달 23일 양평군 서종면 서종중 강당에서 주민들이 돈 코작 합창단과 캅카스 댄스 앙상블의 공연을 보고 있다. 서종의 131번째‘우리 동네 음악회’였다
지난달 23일 양평군 서종면 서종중 강당에서 주민들이 돈 코작 합창단과 캅카스 댄스 앙상블의 공연을 보고 있다. 서종의 131번째‘우리 동네 음악회’였다. /사진가 문승연씨 제공

첫 공연이 열린 것은 2000년 4월. 매년 1·2월을 제외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연 공연이 14년을 이어 온 것이다. 장소는 서종중학교 강당이나 서종면사무소 2층 회의실을 뜯어고친 '서종음악당'이다. '성인 1000원'의 관람료 역시 14년간 그대로다. 8월이면 북한강이 바라보이는 서종문화체육공원 잔디밭에서 야외 음악회를 여는 '전통'도 줄곧 이어졌다.

공연을 기획한 이들은 서종면 주민으로 이뤄진 문화 단체 '서종사람들'이다. '빗물이 스며들듯 차분하고 조용한 지역 문화의 꽃을 피워 보자'는 게 취지였다. 이철순(57) 고문(양평군립미술관장)이 저명한 연주자들을 섭외했고, 취지에 공감한 예술가들이 자원봉사에 가까운 '원정 공연'을 흔쾌히 수락했다. 마을에 걸어놓은 플래카드와 학교 '가정통신문'으로 홍보를 했다.

음악회와 함께 자란 아이들

14년 동안 서종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경춘고속도로 서종IC가 생겼고 전원주택이 늘어났다. 주민 문화 수준도 높아졌다. '우리 동네 음악회'를 한 원인으로 꼽는다. 정연심(58) '서종사람들' 대표는 "우리 동네에선 아기 때부터 음악회를 접하며 자란다. 공연에 대한 제 나름의 안목도 생겼다"고 했다. 음악회 팸플릿만 봐도 금방 수준을 알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객석 맨 앞엔 어린이 관객들이 앉아서 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데, 연주자들은 아이들을 보고 처음엔 긴장하다가도 '어쩌면 저렇게 얌전하게 관람할 수 있느냐'고 놀라기 일쑤다.

공짜 공연은 없다. '문화는 가치를 지급하고 얻는 것'이란 생각이 자리를 잡았다. 초기부터 음악회를 관람해왔다는 김인순(70)씨는 "처음엔 서울에 가지 않아도 손주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게 기뻤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공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회 비용은 양평군의 지원금과 회원, 특별 후원 회원들이 내는 돈으로 충당한다. 이철순 고문은 "지금도 취지를 얘기하면 기꺼이 와 주는 사람이 많다"며 "관(官)에만 의존한다면 그 순간 행사는 위태로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완연한 '공연 마니아'가 된 서종 주민의 꿈은 제대로 된 음악당 건물을 짓는 것, '공연 보러 서종에 간다' 그런 얘기를 듣는 날을 만드는 것이다.

['문화력, 그 현장' 지나온 길]

①강원도 평창군 도사리마을(5.22)
②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5.28)
③대구 중구 근대문화골목(6.4)
④부산 동광동 ‘바까데미아’(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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