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39] 인간의 행동을 여전히 좌우하는 빛과 어둠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3.07.02 03:03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이스라엘 사해 근처 사막 한가운데서 1946년부터 1956년까지 놀라운 유물들이 발굴된다. 바로 '쿰란' 지역 동굴 11곳에서 발견된 그 유명한 '사해 문서' 또는 '쿰란 사본'들이다. 로마 군사들을 피해 사막 한가운데 동굴에 숨어 살던 극단 유대교 '에세네파' 단원들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 972개의 두루마리는 여러 관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우선 발굴된 문서 중 히브리어 성경들은 가장 오래된 사본이다. 더구나 성경책에 포함되지 않은 이단적 문서들이 포함되어 있어 역사적·종교적으로 대단한 가치가 있다. 그중 쿰란 제1동굴에서 발견된 '전쟁 두루마리'<사진>는 특히 흥미롭다. 기원후 100년에서 150년경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서들은 세상 종말에 있을 '빛의 아들들'과 '어둠의 아들들' 간의 전쟁을 예언한다. 물론 자신들을 '빛의 아들'로 부르던 에세네파들과 침략자 로마 군사들 간의 전쟁을 말하려 했던 것일 것이다. '빛은 덕이고 진실이며, 어둠은 악이고 거짓이다'는 말일 텐데 여기서 우리는 재미있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왜 인간에게 빛은 항상 좋고 어둠은 나쁜 것일까?

    쿰란 제1동굴에서 발견된 '전쟁 두루마리'.
    쿰란 제1동굴에서 발견된 '전쟁 두루마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영장류는 약 650만년에서 850만년 전쯤 살았던 공통 조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큰 다람쥐 사이즈에 나무에 숨어 열매와 곤충들을 먹으며 살았던 우리 '조상님'들에게 세상은 위험 그 자체였다. 가지 사이엔 독사들이 살았고, 나무에서 내려오면 매서운 육식동물들의 먹잇감이 되었을 것이다. 발달된 눈과 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 조상 동물들에겐 위험을 피해가는 능력이 생존의 핵심이었을 것이다. 유전적 변화 그리고 자연의 선택을 통한 진화 과정을 통해 결국 뇌는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동물을 알아보고 피하려는 신경망적 구조를 만들게 된다. 하드웨어적 구조로 구성되어 있는 이런 지식들은 경험과 학습이 필요 없다. 덕분에 수백만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아기들은 본능적으로 뱀과 거미를 무서워하지만 막상 현대 사회에서 더 위협적인 자동차와 총은 무서워하지 않는다.

    독사를 알아보고 피하는 기술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독사를 정확하게 알아보고 피해가려면 어쩌면 이미 늦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육식동물들과 독사들이 나타날 만한 환경 그 자체를 미리 피해가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결국 영장류의 뇌에는 특정 상황과 환경을 회피하려는 본능이 만들어지게 되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특히 어둠은 위험하다. 대부분 시각을 통해 세상을 인지하는 영장류에게 빛은 '안전'이고 어둠은 '위험'이다. 안전은 좋고, 위험은 싫다. 좋은 것은 덕이고 싫은 것은 악이다. 사막 한가운데 동굴에 숨어 빛과 어둠의 전쟁을 예언했던 에세네파 신자들의 뇌 안에서 어쩌면 우리는 수백만년 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 우리 조상 동물들의 흔적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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