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간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30일 귀국했다. 박 대통령은 새 대통령이 해외를 방문할 때 따르던 미·일·중의 순서를 깨고 일본보다 중국을 먼저 방문했다. 더 오래전에 수교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도 공유하는 일본에 앞서, 불과 63년 전에 전쟁을 치렀고 체제도 다른 중국을 먼저 방문했다는 것은 지금 우리의 국가 전략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 한·중 관계는 수교 21년 만에 새로운 시대를 여는 문(門) 앞에 서게 됐다. 지금까지는 중국은 기본적으로 북한 쪽에 서서 동북아 정세를 판단해 왔다. 그러나 시진핑 국가주석의 취임 이후 중국의 자세는 과거와 같지만은 않다. 양국이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데 합의한 것은 과거 정상회담과 비교할 때 큰 진전이다. 중국이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지지를 공개 천명하고 시 주석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한 것 역시 상당한 변화다. 양국 정상이 공식 회담에서 북핵과 북한 문제에 대해 긴 시간 동안, 직접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나눈 것 자체가 사상 처음이다.
현재 북핵 문제에 대해 양국이 '이견'을 보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바라고 있는 반면, 우리는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대화를 원하고 있는 정도다. 그러나 이 차이는 조만간 한·미와 중국 간의 견해차로 표면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과거 한·중 간 회담에서 '한반도 통일'은 금기어였다. 지금 한반도 통일은 한국 주도의 통일 외엔 생각할 수 없는 만큼, 중국 측은 통일 문제 논의 자체를 꺼렸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중국 최고위 당국자들도 비공식 석상에서는 통일을 화제로 삼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박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한반도 통일 문제를 장시간 설명했고, 시 주석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과거와 같은 형식적 언급일 수도 있다. 그러나 10년 전, 20년 전과 비교할 때 중국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생각은 달라지고 있다. 이 방향으로 앞으로 20년을 더 가면 지금과는 다른 차원에서 남북통일을 전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중이 정상 간의 소통을 강화하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대화 체제 등을 신설키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을 다녀간 중국인이 2000만명에 육박한다. 박 대통령은 중국에서 이례적으로 대중(大衆)의 호응을 받았다.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쌓여가면 중국 국가 전략의 판단 기준이 바뀌는 순간도 차츰 다가오게 된다.
박 대통령은 칭화대 연설에서 "한반도의 진정한 변화"를 통해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중국'이란 지렛대만을 이용해 북한을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스스로 북을 움직이기 위해 원칙과 현실이 조화된 대북 전략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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