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세이모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파괴무기(WMD) 조정관은 24일(현지시각) "외교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최선의 희망은 핵물질 생산에 대한 '검증 가능한 동결'이다"고 했다.
1기 오바마 행정부에서 핵문제와 대(對)테러 정책을 주도한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아산 워싱턴포럼'에 참석해 "북한 정권의 교체 또는 동맹국 중국의 대외전략에 근본적 변화가 없다면 북한 핵포기를 달성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보다 현실적인 목표는 북한의 차기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지연시켜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중국도 지금 북한에 실망하고 있으며 그 같은 목표를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전략의 가치를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속임수를 쓰거나 합의를 어기기 때문에 북한과 어떤 형태의 협상도 깨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이날 '아산 워싱턴포럼'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인터뷰를 갖고 "북한이 최근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진정한 변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최근 지켜본 것은 북한이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주장하면서 대화와 외교에 나설 의지가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그걸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했다.
캠벨은 중국의 대북정책과 관련, "중국의 접근에는 미묘한 변화가 있지만 근본적인 변화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다만 중국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하고 있고 중국으로서도 북한의 도발은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캠벨은 한·일 양국의 과거사 갈등에 대해서는 "미국은 이 문제는 정치인이 아니라 역사학자들에게 맡기는 게 낫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며 "일본은 다른 역내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고노 담화를 인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