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평양에서 개최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은 점심을 전후로 △1차회의 131분△2차 회의 115분 등 총 246분(4시간 6분)간 진행됐다.

이날 오전 9시 34분에 회의가 시작되자 김정일은 인사말을 통해 "2000년에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하늘길을 열었고, 노 대통령께서는 육로로 온 것이 뜻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으면서 제 스스로 감동을 느꼈다. 위원장께서 직접 마중 나와주신 것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남북 주도하에 통일지향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이를 위해서 북·미 관계 정상화와 남북 군사적 신뢰 구축을 통한 냉전체제 종식과 핵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큰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정일은 "모처럼 마련된 수뇌회담에서 조금 희망을 주고, 적대관계를 완전히 종식시킬 데 대한 공동의 의지를 하나 보여주자 하니까, 서해 군사경계선 문제, 이 문제를 하나 던져 놓을 수 있지 않은가"라며 서해북방한계선(NLL)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9·19 비핵화 공동성명과 관련, 회의 도중에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불러서 "좋은 문건이 나왔는데 문건 나온 걸 개괄적으로 설명해 드리라우"라고 지시했다.

회담에서는 민감한 사안이 많이 논의됐지만 중간 중간 농담과 함께 웃음도 터져 나왔다. "(김정일) 3대혁명 전시관 참관은 특별수행원들이나 하는 거. 대통령께서 3대혁명 뭐 보셔도 되고(웃음)."

"(노 전 대통령) 여기까지 와서 위원장하고 달랑 두 시간 만나 대화하고 가라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됩니까(웃음)."

회의 말미에 노 전 대통령은 "내가 원하는 것은 시간을 늦추지 말자는 것이고 또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니까 뒷걸음치지 않게 쐐기를 좀 박아 놓자"고 제안했다. 김정일은 "오늘 아주 수고 많았습니다. 정열적으로 많이 이야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임동원 선생 건강하지요"라며 말을 맺었다. 회의가 종료된 시각은 오후 4시 25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