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종합격투기대회) 챔프 먹어주마"

조선일보
  • 최인준 기자
    입력 2013.06.22 03:13 | 수정 2013.06.23 09:38

    '코리안 좀비' 파이터 정찬성, 8월 브라질서 타이틀 도전…
    "내 주무기 니킥으로 사고 한번 칠것"

    챔피언 알도와 비슷한 스타일, 상대 골라 하루 5시간 맹훈련
    "큰 호랑이처럼 보이던 알도… 이제는 사람으로 보이더라"

    태극기가 새겨진 정찬성의 마우스피스 사진
    태극기가 새겨진 정찬성의 마우스피스. /정찬성 제공

    '좀비'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은 파이터는 평범한 20대 대학생과 다를 바 없었다. 격투기 선수에게 흔하다는 문신 하나 없었고 여자 친구에 대해 묻자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훈련 벨과 동시에 링에 뛰어든 그는 어느새 한 마리 야수(野獸)로 돌변해 있었다. 탄탄한 복근과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이는 저돌적 공격…. 미국 UFC(종합격투기 대회)를 열광시킨 '코리안 좀비'의 모습 그대로였다.

    종합격투기 선수 정찬성(26·코리안좀비MMA)은 요즘 아시아 최초 UFC 챔피언 도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오는 8월 4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UFC 163 페더급(65㎏급) 챔피언 조제 알도(27·브라질)와 챔피언 타이틀전에 나서기 때문이다. 한 달가량 외부 연락을 끊고 훈련에 돌입한다는 그를 서울 역삼동 코리안좀비MMA체육관에서 만났다.

    "7년을 기다렸다"

    페더급 랭킹 4위인 정찬성은 원래 리카르도 라마스(2위·미국)와 다음 달 초 맞붙을 예정이었다. 그 경기에서 이기면 '알도-앤서니 페티스(미국)'전 승자와 타이틀매치를 갖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페티스가 무릎을 다치면서 출전이 어려워지자 UFC 측은 최근 알도의 새로운 상대로 정찬성을 지목했다.

    경북 포항 출신인 정찬성은 어릴 적 왜소한 체격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다. 보다 못한 이모의 권유로 합기도를 시작했고, 그게 격투기 선수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됐다.

    2006년 경북과학대 이종격투기과에 진학한 정찬성은 킥복싱을 거쳐 2011년 혜성과 같이 UFC 무대에 입성했다. 정찬성은 그해 UFC 140에서 마크 호미닉(캐나다)을 상대로 UFC 최단 시간 타이기록(7초)으로 KO승을 거두며 '7초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외신들은 수없이 맞고 쓰러져도 벌떡 일어서서 싸우는 그를 '코리안 좀비'라 부르며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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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안 좀비’정찬성은 오는 8월 4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UFC 163에서 페더급 챔피언 조제 알도(브라질)에게 도전한다. 아시아 선수의 첫 UFC 챔피언 도전 무대다. 정찬성은“격투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알도는 나의 목표였다”며“반드시 이기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코리안좀비’ 정찬성은 오는 8월 4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UFC 163에서 페더급 챔피언 조제 알도(브라질)에게 도전한다. 아시아 선수의 첫 UFC 챔피언 도전 무대다. 정찬성은 “격투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알도는 나의 목표였다”며 “반드시 이기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이진한 기자
    UFC 무대에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그가 이번에 싸우게 될 알도(통산 전적 22승1패)는 10년 가까이 페더급 정상을 지킨 '브라질 격투기 영웅'이다. 긴장되지 않느냐고 묻자 정찬성은 "7년 전 격투기를 시작할 때부터 알도는 내 우상이자 미래 라이벌이었다"며 "오로지 이 선수와 싸우기 위해 버텨왔고 내 꿈을 이루게 돼 심장이 터질 만큼 흥분된다"고 말했다.

    알도는 타격 능력이 좋고 로킥이 뛰어난 선수다. 정찬성은 알도에게 맞서기 위해 그와 비슷한 스타일의 스파링 상대를 골라 하루 5시간씩 훈련하고 있다. 잠들기 전에는 알도의 경기 영상을 본다. 벌써 1000번이 넘었다. 정찬성은 "처음 알도의 이미지는 큰 호랑이 같았지만 훈련을 반복하니 이제는 내 앞에 '사람' 알도가 서 있더라"며 "내 주 무기인 니(knee) 킥으로 사고 한번 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7월 어깨 연골 파열로 수술을 받아 1년을 꼬박 재활에 전념해야 했던 터라 어느 때보다 의욕이 넘친다.

    "나도 태극전사다"

    최근 정찬성은 '욱일승천기 도복 사건'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캐나다 종합격투기 선수 조르주 생피에르(32)가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가라테(일본 무술의 하나) 도복을 입고 UFC 경기에 출전하자 정찬성이 페이스북을 통해 생피에르에게 긴 영문 편지를 보내 "과거 일본의 행위는 나치가 저지른 만행과 다를 게 없다"며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옷을 착용한 것은 좋지 못한 본보기"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후 생피에르는 공식 사과했고, 팬들은 정찬성을 '개념 파이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정찬성은 운동복은 물론이고 치아 보호를 위해 입에 무는 마우스피스에도 태극 문양을 새겼다. 그는 "로마 검투사들은 죽는 순간까지 명예를 위해 싸웠다고 한다"며 "내가 정식 국가대표는 아니지만 스스로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품고 링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알도를 꺾고 꼭 브라질에서 태극기를 휘날리고 싶습니다. 일생일대의 기회인 만큼 알도에게 패하면 한국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이 악물고 덤빌 겁니다."

    그는 다음 달 20일쯤 출국해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현지 적응 훈련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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