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respect', 'No polite'.

19일 이란은 한국을 상대로 승리했다. 그러나 승리에 대한 기쁨을 누리기에는 자격이 없었다. 최악의 행동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직전 케이로스 감독은 최강희 감독을 조롱하는 티셔츠를 입고 나와 구설수에 올랐다. 이란의 블로그에 게재된 사진에는 최강희 감독이 우즈베키스탄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합성한 사진을 붙인 티셔츠를 입은 케이로스 감독의 모습을 공개했다.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었기 때문에 합성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생겼지만 확인하기는 힘겨웠다.

이미 경기 전부터 온갖 트집과 무례를 저지른 케이로스 감독은 끝내 경기를 마친 뒤 더욱 큰 사고를 쳤다. 이란 선수들이 국기를 흔들며 좋아하고 있을 때 그는 관중석을 향해 '주먹 감자'를 날린 것. 이 장면을 그라운드에 있던 모든 사진기자를 비롯해 심판,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들이 모두 목격했다. 또 최강희 감독이 있는 한국 벤치로 달려가서 다시 '주먹 감자'를 날렸다. 말 그대로 어이없는 행동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가진 공식 기자회견서 케이로스 감독은 침착해졌다. 간단히 경기 결과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그러나 믹스트 존을 통해 빠져 나가며 새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케이로스 감독이 빠져 나가는 사이를 놓치지 않고 이란 언론과 함께 OSEN이 케이로스 감독 인터뷰를 시도했다.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국내 방송사가 평이한 리포트를 하는 동안 질문 거리는 쌓였다.

경기전과 후에 행했던 행동들에 대해 질문했다. "경기를 마친 뒤 왜 한국 벤치로 와서 무례한 세리머니를 했나"고 질문하자 케이로스 감독은 "승리한 기쁨에 하게 됐다. 축구에 대해 너무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함께 즐기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대답했다. 물론 이는 케이로스 감독이 그동한 내뱉은 이야기와 일맥상통 한다. 또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은 너무 진지하게 임한다. 여러가지 문제가 얽혀 있지만 어쨌든 경기에 승리했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서 수석코치를 역임한 케이로스 감독은 지도자로서 잔뼈가 굵은 감독이다. 이란의 월드컵행을 위해 모셔온 감독이다. 클럽팀간에 설전이 나오기도 하지만 경기를 마친 뒤 승리했다는 이유로 상대편 감독에게 '주먹감자'를 날리는 행동은 어디서든 보지 못했다. 그러나 케이로스 감독은 그저 진지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질문을 하려고 하자 이란 미디어 담당자가 가로 막았다. 이란 언론에게도 기회를 주겠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케이로스 감독은 직접 질문을 계속하라고 말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우즈베키스탄 유니폼을 입은 최강희 감독의 사진이 실린 티셔츠를 입었냐는 질문에 대해 케이로스 감독은 "입었다. 경기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입었다"고 말했다. 진지한 얼굴 이었다.

다시 한번 물었다. 정말로 그 티셔츠를 입은 것이 맞냐고 묻자 "다시 말하지만 그 유니폼을 입었다"고 강조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축구팀 감독이 상대 감독을 놀리기 위해 놀림감을 만들었다.

그러나 케이로스 감독은 당당했다. 왜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되냐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런 질문을 한 취재진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 언론은 너무 경직되어 있다. 또 불쾌한 질문만을 한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상대 벤치에서 한 것과 티셔츠를 입은 것 모두 내가 한 일이다. 경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케이로스 감독이 감독으로 모셨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유쾌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승리를 거둔 뒤 상대 벤치로 가서 무례한 행동을 하거나 조롱하는 티셔츠를 입은 경우는 없었다.

오히려 현장서 지켜보던 이란 취재진이 한국 취재진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비록 승리를 통해 브라질 월드컵에 진출했지만 케이로스 감독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 취재진은 여러가지 문제를 만드는 것 같다. 상대 감독을 존중하지 않고 예의를 갖추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No respect', 'No polite'라는 단어를 쓰면서 한국 언론을 비난했다.
도대체 누가 'No respect', 'No polite'한지를 모를 지경이었다. 말 그대로 스스로 얼굴에 침을 뱉었다. 승리에 도취에서 기쁨의 세리머니를 할 수 있고 상대방 감독에 대해 조롱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번에 케이로스 감독이 보여준 행동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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