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프리카에서 본 중국과 한국

조선일보
  • 데이비드 라이트 David Wright·서울대 고고학과 교수
    입력 2013.06.18 03:04

    데이비드 라이트 서울대 고고학과 교수 사진
    데이비드 라이트 David Wright·서울대 고고학과 교수

    나는 1991년부터 아프리카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연구하고 있는 고고학자다. 그런데 지난해 아프리카 방문 중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건을 겪었다. 자동차를 타고 투르카나 호수 근처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우리가 한 작은 마을에 도착하자,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자동차를 향해 뛰어왔다. 이전까지 케냐의 아이들은 항상 외국인들에게 환영의 의미로 "MZUNGU (음중구)!"라고 소리쳤다. '음중구'는 사전적으로는 유럽인을 뜻하지만, 일반적으로 외국인을 지칭할 때 쓰인다. 하지만 이번에 아이들은 "Chine(치느)!"라고 소리쳤다. 아프리카 시골 지역의 아이들이 이제는 백인 선교사나 국제구호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중국인 사업가들을 접하는 것에도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투르카나 호수에 있는 중국 사업체들은 현재 국제시장에 수출하기 위한 석유를 얻으려고 시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10년간 아프리카의 중국 투자자들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국제연합 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2000년 9억1100만달러에서 2010년 680억달러로 증가했다. 아프리카인들은 새로 생긴 도로나 다리, 건물들이 중국이 만든 것임을 인식하고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많은 투자를 하는 동안, 나머지 국가들은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선진 경제에 '보수적 투자(safe bet)'를 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의 연간 GDP 성장률이 80년대 중반 3%에서 2010년 5.5%로 증가했다.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인 10대 국가 중 6개 국가가 아프리카다(나머지 4개국은 아시아에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과 북미지역의 GDP는 2%를 밑돌았으며, 몇몇 국가는 감소하기도 했다.

    아프리카는 여전히 효율적인 국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방관하는 것은 아프리카 대륙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이 치러야 할 대가를 크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삼성은 아프리카에서 모바일과 PC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중국 경쟁사들을 따라잡으려 하고 있다. 동명, 태주 같은 건설회사 역시 이곳의 건설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프리카 시장에서 저가격 고품질 자동차에 대한 높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도요타와 푸조에 의해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중국은 저가의 제품 분야에서 실질적 독점을 지속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경제나 정치, 문화에 대한 지식의 부족은 한국의 투자 성공을 늦추고 있다. 또 유창하지 못한 영어는 한국 회사들의 시장 잠재력을 방해한다. 대부분의 중국 기업가나 기술자는 영어나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스와힐리어나 다른 지방 언어들을 습득하기까지 한다. 한국인들은 먼저 아프리카 개발 경제가 어떻게 운용되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이에 실패한다면, 한국인들은 중국이나 다른 국가들이 아프리카 투자 시장을 포화 상태로 만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어교육, 타문화 체험 방문 프로그램, 국제 연구 프로그램 등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세계가 한국에 먼저 다가오길 기다리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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