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첫 국산 우주로켓인 한국형 발사체 발사 시기를 당초 목표 2021년에서 2년 앞당기려 했다가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예산 1조5000억원이 너무 적고 기술 개발에 필요한 시간도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한국형 발사체는 15t짜리 실용위성을 지상 600~800㎞에 쏘아 올리는 3단형 우주로켓이다. 2021년 발사에 성공하면 2025년엔 달 착륙선도 보낸다는 게 처음 정부 계획이었다. 작년 말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2020년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하겠다"고 하면서 앞당겨졌다가 원래대로 돌아간 것이다. 예산이 부족해서라지만 예산 문제가 없다 해도 우주로켓은 토목 공기(工期) 단축하듯 무조건 빨리 만드는 게 미덕인 분야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에도 우주로켓 독자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다 북한 대포동 로켓 발사에 자극받은 정부가 2002년 기술 핵심인 1단 액체로켓을 러시아에서 들여와 발사부터 하고 보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 나로호 계획을 추진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1단 로켓에 관해 단 하나 사소한 기술도 한국에 넘겨주지 않았다. 두 차례 나로호 발사 실패 때 구성한 조사위원회의 한국 쪽 전문가들도 러시아산(産) 엔진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완제품 도입이라는 손쉬운 방법에 기대느라 로켓 개발에 꼭 필요한 엔진 연소 시험장 하나 짓지 못했다. 이벤트성 로켓 발사에 매달려 한국 우주산업이 사실상 10년 세월을 허송한 셈이다.

우주로켓은 정밀기계, 전자, 통신, 컴퓨터, 신소재, 인간공학 등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 종합 산업 제품이다. 우주 기술이 발전하려면 이웃 영역인 항공 기술의 기반도 튼튼해야 한다. 제대로 된 설비도 경험도 없는 우리가 우주로켓 개발을 1년도 아니고 2~3년씩 앞당기겠다는 건 누가 봐도 무리였다. 당초 2021년으로 잡았던 한국형 발사체 개발 목표도 설계·제작·시험의 수천 단계 과정이 모두 오차 없이 진행된다는 낙관적 전망에서 출발했다. 이미 1960년대에 인간이 달에 다녀온 마당에 로켓 발사를 몇 년 빨리 하는 것보다 차근차근 기술력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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