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영 칼럼]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한국 경제

    입력 : 2013.06.15 03:02

    송희영 논설주간
    송희영 논설주간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쓰는 '경제 부흥(復興)'이라는 단어에는 우리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욕이 담겨 있다. 지금은 형편이 나쁘지만 필시 과거 어느 좋았던 시절을 상정하고 그 시대로 돌려놓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시점의 경제로 회복시키겠다는 것일까. 과연 한국 경제가 현재 어디쯤 서 있다고 생각하고 부흥을 말하는 것일까.

    대통령 취임 100일을 넘기면서 많은 궁금증이 풀려가고 있다. 장·차관직에 오른 고위직들의 말을 종합하면 부흥이란 용어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 최고 번영기였음을 전제로 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이 직접 수출진흥회의를 주재하고 새마을운동을 자주 들먹이는 것을 봐도 그렇고, 관료 중시의 인선(人選)을 보더라도 다른 해석은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 시대, 물가 상승률 25%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말은 아닌 듯하다. 그보다는 경제가 고속 성장을 하면서 꿈과 희망을 갖고 신나게 일했던 분위기를 되찾자는 취지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권을 쥐는 과정에서 세계 금융위기의 덕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금융위기가 도와준 것은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최근 5년은 경제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팽창했던 시기다. 온 나라가 위기를 겪으면서 박 대통령이 아버지처럼 경제를 살려낼 것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면서 그는 국가 지도자로 떠오를 수 있었다.

    금융위기는 전 세계에 혹독한 시련을 주었고 자본주의 사회의 부끄러운 결함이 줄줄이 드러났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대공황 전후처럼 공산(共産)주의 혁명이 일어난 나라는 없었다. 사회주의적 정책 처방을 채택한 나라는 많았으나 어느 선진국이나 신흥국에서도 사회주의 열병(熱病)이 휩쓸지는 않았다. 1% 부자(富者)와 99%의 못 가진 자들의 문제가 부각되었으면서도 정면충돌 후 국가 주도세력이 거꾸로 뒤집히는 역전극은 발생하지 않았다.

    공산 혁명이나 사회주의 열풍이 거세게 불어 그 파도가 국내에 파고들어 계층 간 갈등이 대폭발을 일으켰다면 박근혜 정부의 탄생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많은 허점에도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아직은 인간이 행복을 좇는 데 경쟁력을 갖고 있는 체제라는 합의가 이루어졌던 덕분에 박 대통령 세력은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타고 태어난 이번 정부는 우리 경제가 서 있는 자리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으며 경제가 가야 할 방향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경제는 대체 어떻게 되는 거냐'는 불안한 대화가 우리 주변에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 성장률을 2.3%에서 2.6~2.8%로 끌어올리겠다고 해도 시큰둥한 반응이고, 내년엔 4% 안팎 성장할 것이라고 해도 믿지 않는다.

    기업이나 가계나 높은 담벼락 안에 갇혀 있는 듯한 분위기에 눌려 있다. 전문가 중에는 '이대로 또 5년을 보내는가' 하는 불안감을 내뱉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신바람은커녕 뭔가 잡힐 듯하다고 희망을 내비치는 말은 좀체 들을 수 없다.

    박근혜 경제팀은 갑갑한 증상을 느끼는 국민이 많은 것은 일시적인 경기침체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경기 대책을 내놓는 것을 보면 모두 단발성 부양책뿐이다. 경제 부흥이라는 큰 목표에 걸맞은 근본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 경제는 날개를 갖고서도 날지 못하는 닭과 같다. 한국 경제라는 토종닭은 금리를 내려주고 재정 지출을 늘려주면 날갯짓을 펼치며 횃대 위로 짧게 날았다가 먹이가 떨어지면 다시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 10년 이상 우리 경제는 그렇게 살아왔다.

    두 날개 중 제조업·수출 기업을 껴안고 힘차게 하늘을 날던 박정희제(製) 날개는 퇴화(退化)해 힘을 잃었다. 다른 쪽 내수(內需)와 서비스 업종을 담당하는 날개는 행정 규제와 기득권 집단의 이해로 꽁꽁 묶여 있어 작동하지 않는다. 새로운 날개는 더 이상 몸통에서 솟아나지 않는다. 벤처기업을 쏟아낼 듯 수십조원의 예산을 뿌리겠다지만 그것은 잔털만 무성해질 뿐 거대한 동체(胴體)를 부양시킬 성장 엔진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저 멀리 장거리 수렵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새는 땅바닥에 흩어진 먹이에 만족하며 집 주변 몇십 미터 안을 맴도는 신세가 된다.

    성장 속도가 떨어지면 국가 경제가 날개를 펼 수 있는 활동 반경(半徑)도 점점 축소된다. 시장경제 체제가 금융위기를 뚫고 살아남았다고 해서 박정희 시대에 통했던 처방들까지 다 유효하다고 할 수는 없다. 금융·노동 등 핵심 분야에서 방향을 크게 틀어야 할 때가 왔다. 박 대통령은 경제가 철창 속에 갇혀 있는 듯한 갑갑함을 풀어주는 것으로 부흥의 노래를 불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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