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동안 전국에 노인 요양 시설 수천 개가 들어섰어요. 예전엔 그저 '노망난 노인네' 정도로 인식되던 치매 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지요. 그렇지만 환자 가족의 고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이성희(62) 한국치매가족협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너무 큰 짐을 혼자 짊어지게 되는 치매 환자 가족의 부담을 덜어 주는 게 치매 극복 사회로 가는 중요한 관건"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회장은 치매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늘었지만 정작 치매 환자 가족이 가장 도움이 필요할 때엔 별다른 혜택이 없다고 했다. 그는 "치매 환자 증세는 보통 건망증기(期)·혼란기·치매기로 나뉘는데 이 중 인지 능력은 떨어지지만 운동 능력은 멀쩡해서 각종 사고를 치는 혼란기 때 가족이 가장 힘들다"며 "그런데도 이 시기에는 거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요양보험 지원을 못 받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치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나오는 결과"라고 했다.
이 회장은 치매 환자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로 교육을 꼽았다. "가족 중 누군가가 치매에 걸리면 일단은 어떻게든 직접 돌보려 하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를 몰라요. 그런 상태에서 비상식적 행동이 눈앞에 펼쳐지면 하루하루가 지옥이지요." 그는 "대화를 할 때는 눈높이를 맞추고, 말은 단문(單文)으로 하고, 밥은 앞이 아니라 옆에서 먹이는 등 작은 부분이 중요한데 이런 걸 배울 기회를 많이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회장은 한 달이면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요양보호사가 치매를 잘 모르는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치매는 정신과 마음의 병인데 요양보호사 교육은 환자의 신체적 결함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치매 환자를 돌보는 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에선 요양사가 1600∼1800시간을 교육받는데 우리나라는 한 달 동안 240시간에 불과해 전문성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치매 환자와 교감하지 못하는 요양보호사를 어떻게 믿고 가족이 마음 편히 시설에 환자를 맡기겠느냐"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24년으로 예측되는 '치매 환자 100만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국가 차원의 치매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에선 2000년대 중반부터 120시간짜리 치매 전문인 양성 과정과 20∼30대 젊은이를 대상으로 두 시간짜리 '치매 서포터즈' 교육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 교육은 운영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작년부터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