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세 번째 화살 '不發'

    입력 : 2013.06.06 03:01

    법인세 인하 등 알맹이 빠진 채 성장만 강조… 日증시 3.83% 하락
    7월 참의원 선거 의식, 논란 여지 있는 내용 제외… 전문가 "구체성 없다" 혹평

    5일 아베 총리가 경제성장 전략을 발표했지만 도쿄 증시는 3.8% 급락했다. 경제성장 전략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실망감이 확산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5일 아베 총리가 경제성장 전략을 발표했지만 도쿄 증시는 3.8% 급락했다. 경제성장 전략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실망감이 확산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AP 뉴시스
    "소비자와 기업의 행동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정책으로는 부족하다."(BNP 파리바증권)

    "법인세 인하 등 일본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미즈호 투신투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5일 도쿄에서 강연회를 갖고 금융완화·재정투입에 이은 아베노믹스의 3번째 화살인 '성장 전략'의 전모를 공개했다. 아베 총리는 "규제 개혁이 성장 전략에서 가장 중요하다"면서 "민간 투자를 아베노믹스의 엔진으로 삼아 10년 후에 1인당 국민소득(GNI)을 150만엔 이상 늘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전에 소폭 상승했던 주가는 아베 총리의 강연 내용이 알려진 오후에 폭락세로 돌아섰다.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3.83% 하락한 1만3014.87포인트로 마감했다. 5월 23일(7.32%)과 5월 30일(5.15%)에 이어 2주 사이에 세 번째 급락이다. 일본 엔화 환율도 강세로 돌아서 100엔이 무너져 99엔대에 거래됐다.

    투자 유치 수단 빠져

    아베 총리는 "주가가 하락하면 아베노믹스가 끝날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성장 전략을 통해 국경을 초월한 혁신을 일본에서 일으키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담함도, 구체성도 없다고 혹평했다. 아베 총리는 도쿄 등 대도시를 '국가전략특구'로 설정해 런던·뉴욕에 맞먹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건축 규제 완화, 외국인 의사의 진료 허용, 국제학교의 설립 규제 완화 정도에 그쳤다. 기업 투자의 촉진 정책도 도로·항만 등 인프라 투자에 민간기업 참여 확대 정도에 그쳤다. 획기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일반 약품의 인터넷판매를 전면 허용한 것과 의료비의 일부를 보험 적용에서 제외하는 혼합 진료의 적용 확대 정도이다.

    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매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3%씩 올리고 해외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규제를 없앤 금융특구를 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매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3%씩 올리고 해외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규제를 없앤 금융특구를 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뉴시스
    민감한 내용은 선거 이후로

    시장이 실망한 가장 큰 이유는 법인세 인하, 고용 규제 완화 등의 실질적인 성장 정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 내에서는 법인세 실효세율을 30%대에서 20%대로 낮추고, 기업의 신규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탄력적 고용 제도의 도입이 논의됐었다. 하지만 7월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아베 총리는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이번 발표에서 제외했다. 원전의 조기 재가동도 반(反)원전 여론이 높은 점을 고려해 제외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이 전했다.

    아베노믹스 포퓰리즘으로 전락 가능성

    내년으로 예상된 소비세 인상의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아베노믹스가 포퓰리즘 정책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작년 집권 민주당과 야당이던 자민당은 200%가 넘는 국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4월에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최근 아베 총리는 10월 경제지표를 봐가면서 소비세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주가를 급등시키는 금융 완화는 대담했지만, 고통이 수반되는 구조 개혁에는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장기 불황의 근본적인 원인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경제 개혁 결정들을 일본 정부가 피해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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