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내년 韓國史 교과서에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로, 유관순을 깡패로 표현" 황당한 유언비어 공격… 좌파 교육감·전교조도 가세

입력 2013.06.06 03:01

[보수 집필진 2명 참여했다고 '극우 교과서'로 몰며 집중 포화]

교과서 아직 안나와… 내용도 모르면서 실체없는 루머 유포
강원·光州교육청 "교과서 채택 안되게 노력" "대응팀 구성"
전교조는 "확인되면 불매운동"… 野도 "경악할 내용" 공세

교과서 전문 출판사인 교학사에는 지난 주말부터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최근 검정 본심사를 통과한 뒤 수정·보완 중인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일부 매체로부터 '극우 교과서'로 몰려 집중포화를 맞으면서부터다. "왜 그런 교과서를 내려고 하느냐"는 힐난부터 "그런 곳에서 근무하는 이유는 뭐냐"는 인신공격까지 업무를 보지 못할 만큼 전화가 걸려온다. "이 교과서를 내면 다른 교과서에 대해서도 불매운동을 펼치겠다"는 '협박'까지 나오자 내부에선 '출간을 접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보수 성향 집필자 2명이 참여한 이 교과서에 대한 공격은 전교조와 진보 좌파 성향 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에 의해 유례없는 '특정 교과서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질 기세다.

전교조 "확인되는 대로 불매운동"

4일 전교조는 "내용이 확인되면 곧바로 전국 규모의 불매운동에 들어갈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아고라에 올려진 '교학사 불매운동합시다'란 게시물엔 100명에 가까운 네티즌이 서명 의사를 밝혔다. 광주교육청·강원도교육청은 각각 "역사 교과서 왜곡 대응팀을 만들겠다"거나 "이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채택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공격 내용과 사실 여부 비교표
야당도 합세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지난 2일 브리핑을 통해 "뉴라이트 인사들의 '한국현대사학회'가 집필한 교과서 내용은 전부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알려진 것만으로도 경악할 수준"이라며 "일제강점기가 조선의 근대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고,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를 테러 활동을 한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민주화의 근본을 부정하는 왜곡된 역사로 후대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것은 가장 무섭고 비열한 방식의 쿠데타"라고 말했다.

이 교과서 내용은 현재 아무것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 그러나 허위 정보를 근거로 불매운동, 야당의 정치 공세까지 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허위에 기초한 선전·선동의 수준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작년 말 대선 직전 공개된 동영상 '백년 전쟁'의 편향적 현대사 해석으로 수세에 몰린 일부 좌파가 새로운 '공방'을 통해 '반전'을 꾀하는 것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안중근이 테러리스트" 유언비어

인터넷에는 교학사 교과서가 △안중근 의사는 테러리스트, 유관순 열사는 체제를 부정한 불순분자이자 여자 깡패라고 했고 △김구 선생을 빈 라덴 같은 인물, 김좌진 장군을 악질 테러 분자라고 했으며 △종군위안부를 성매매업자라고 했다는 유언비어가 유포되고 있다. △이승만 국부론(國父論) △4·19를 '학생운동'으로 폄하 △5·16 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 △5·18을 '폭동'으로 왜곡했다는 얘기도 사실인 것처럼 전파된다.

2008년, 좌편향 비판한 ‘대안 교과서’ 불태우는 집회 참가자… 2008년 10월 18일 서울 청계광장 촛불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교과서포럼이 낸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책을 찢어 불태우고 있다
2008년, 좌편향 비판한 ‘대안 교과서’ 불태우는 집회 참가자… 2008년 10월 18일 서울 청계광장 촛불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교과서포럼이 낸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책을 찢어 불태우고 있다. /전기병 기자
하지만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 중 누구도 해당 교과서에 무슨 내용이 실렸는지 본 사람은 없다. 교과서 검정 관련 법규에 따라 이 교과서는 오는 8월 최종 발표 이전까지 내용을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과서 집필자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백범이 테러리스트라거나 일본군위안부를 성매매업자로 썼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교학사 측도 "인터넷에 나도는 루머들은 이 교과서와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교학사 교과서가 공격 대상이 된 이유는 필자 6명 중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한국현대사학회 소속이라는 것뿐이다. 한국현대사학회는 기존 역사 교과서에 대해 '좌편향'이라 비판해 왔다. 교학사 교과서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두 필자와 한국현대사학회는 뉴라이트 성향이며, 뉴라이트는 2008년 발간한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에서 왜곡 서술을 했다"고 주장한다.

내용 몰라도 "왜곡 교과서" 주장

결국 '교학사 역사 교과서 공격'의 논리적 흐름은 ①뉴라이트는 왜곡 대안 교과서를 낸 적이 있다→②한국현대사학회는 뉴라이트가 만든 단체다→③이 단체 소속 학자들이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다→④그러므로 이 교과서는 '안 봐도 뻔한' 왜곡 교과서라는 논리적 비약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두 교수는 '대안 교과서'의 집필에 참여한 적이 없다.

박종성 서원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이념적 선동을 앞세우다 보니 사실 확인이라는 기본적인 절차조차 거치지 않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5일 "인터넷에 교과서 관련 허위 사실을 올린 사람에 대해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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