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前에도 라오스서… 脫北 16명, 한국대사관 믿다 추방"

입력 2013.06.03 03:01 | 수정 2013.06.03 04:59

[9명 北送의 현장… 안준호 기자 르포]

도움 청하자 "기다려라" 답변만 3번이나 중국 추방됐다 재입국
탈북자 돕던 활동가 2명은 20여일간 구금돼 있었지만 한국 대사관측 면접도 안해
"脫北루트 폐쇄되나" 우려일어

안준호 기자
안준호 기자
'탈북 청소년 9명 북송(北送)'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도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탈북자가 관련된 사건을 무성의하게 처리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라오스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하는 A씨는 이날 "2009년 8월 어린이 4명이 포함된 탈북자 16명이 중국을 거쳐 라오스로 탈출했다가 체포됐지만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의 무관심 속에 3차례나 중국으로 추방됐었다"며 "그 과정에서 이들의 탈북을 돕던 활동가 2명이 20여일간 강제 구금됐다가 추방됐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어린이 4명과 중증 폐결핵 환자 1명, 북한에 남겨둔 가족을 데려오려다 중국 공안의 추적을 받아온 탈북자 등 16명은 2009년 8월 중국 국경을 넘어 라오스 국경에 들어서자마자 국경수비대에 체포됐다. 탈북 지원 활동가가 서울 외교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A씨도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에 이 사실을 알렸다. 한국대사관 측에선 "라오스 정부와 협의 중이니 기다려라"고 했지만 16명은 4일 만인 8월 31일 중국으로 추방됐다.

이들은 다시 국경을 넘어 라오스에 들어왔다가 또 체포됐다. A씨가 대사관에 항의하자 한국 외교관은 "걱정마라, 잘 데리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추방됐다. 탈북자 16명은 이후에도 라오스 당국에 붙잡혔다가 추방되는 과정을 거친 끝에 한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당시 이들을 돕다가 붙잡힌 대북 활동가들은 라오스 감옥에 구금됐지만 영사 면접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앞서 2009년 3월에도 탈북자 17명이 중국 국경을 넘어 라오스에 들어왔다가 체포됐다. A씨에 따르면 라오스 측에서 한국대사관에 이 사실을 알렸다. 대사관 측에서 탈북자 처리를 미루는 사이 라오스 측은 이들을 배에 태워 미얀마 국경 지역으로 추방했다. 결국 대북 활동가들이 미얀마에 입국해서 이들을 태국으로 인도했다고 한다. 동남아에서 탈북자를 지원하는 선교사 등 활동가들은 "이번 사건은 꽃제비 9명과 북한 정부가 개입했다는 것이 특이할 뿐, 정부의 무관심 속에 버려진 탈북자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반론(反論)을 듣기 위해 2일 라오스 비엔티안에 있는 한국대사관을 찾았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철문 안에서 대사관 직원은 "담당 영사는 외부에 나가고 자리에 없다. (탈북자 추방 문제에 대해) 답변해 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해당 영사에게 수차례 전화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북한 어린이들이 1일 사회주의권의 어린이날에 해당하는‘국제아동절’을맞아 평양의 만경대유희장에서 군복 차림으로 장난감 이동식 미사일 차량과 자전거를 타고 모의‘군사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장난감 무기 퍼레이드 시키는 북한 - 북한 어린이들이 1일 사회주의권의 어린이날에 해당하는‘국제아동절’을맞아 평양의 만경대유희장에서 군복 차림으로 장난감 이동식 미사일 차량과 자전거를 타고 모의‘군사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한편 라오스 외교부는 1일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달 10일) 국경 지역에서 체포된 11명 중 9명은 14세에서 18세의 북한 국적자이며, 2명은 한국 국적자로 (탈북 청소년에 대한) 인신매매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붙잡은 탈북자를 암묵적으로 한국에 인계해온 관행을 바꾸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향후 라오스를 경유한 탈북 루트가 사실상 폐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라오스 정부의 주장에 대해 탈북 청소년의 탈북 과정에 관여한 수잰 숄티 미국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RFA에 "이들이 인신매매를 당했다는 것은 정말 터무니없고 비열한 거짓말"이라며 "이들이 한국에 가고 싶어했다는 것을 라오스 당국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숄티 대표는 "15세에서 23세 사이로 알려진 탈북 청소년의 나이를 라오스 외교부가 14세에서 18세 사이라고 적은 것은 이들이 한국행을 원한다는 등의 결정을 할 수 없는 미성년자임을 주장하려는 술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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