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자활 잡지 팔다가 再起한 중년 노숙인

조선일보
  • 김지섭 기자
    입력 2013.06.03 03:03

    방송통신대 새내기 이민수씨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24년 만에 한국방송통신대학 새내기가 된 이민수씨가 학교 컴퓨터실에서 수업 내용을 복습하는 모습.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24년 만에 한국방송통신대학 새내기가 된 이민수씨가 학교 컴퓨터실에서 수업 내용을 복습하는 모습. /오종찬 기자
    노숙인 자활 잡지 '빅이슈 판매원(빅판)' 이민수(43)씨는 아침에 눈을 뜨면 컴퓨터 전원부터 켠다. 이씨는 한국방송통신대 관광학과 13학번 '새내기'. 이씨는 1평(3.3㎡) 남짓한 고시원 방에서 오전 3시간 정도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2일 만난 이씨는 "난생처음 리포트를 쓰느라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라며 웃었다.

    이씨는 지난 3월 24년 만에 처음 학교에 갔다. 안 가도 되는 입학식이지만, 이씨는 하루빨리 '학생'이 되고 싶었다. 이씨의 '빅판' 동료가 '사진사'로 동원돼 기념사진을 찍어줬다.

    수업을 따라가는 건 쉽지 않았다. 이해 안 가는 부분에 밑줄을 긋다 보니 책이 새까매졌다. 익숙지 않은 필기에 손가락엔 물집이 잡혔다.

    부산이 고향인 이씨는 '빅판'으로 일하기 전 집 없이 공사판을 전전했다.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 병원비를 대느라 전 재산을 날렸다. 일당 5만원 받아 밥 사먹고,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잠들었다. 돈이 바닥나면 직업소개소에 가 일을 구했고, 부산역에 가 노숙을 하기도 했다.

    이씨가 처음부터 노숙자였던 건 아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무역선(船)을 탔다. 이씨는 5년간 25개국을 누볐다. 뱃일을 정리할 때쯤 통장에 5000만원이 찍혔다. 부산에서 20평짜리 아파트가 3000만원 할 때였다.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고생이 시작됐다. 집 팔고, 적금을 깨도 병원비가 모자라 주변에 손을 벌렸다. 4년 투병 끝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독자(獨子)인 이씨 손에 30만원을 쥐여주었다.

    이씨가 대학 입학을 결심한 건 작년 가을. 빅이슈를 팔면서 "희망을 주는 잡지입니다"라고 소리치는데 문득 "내겐 아무 희망도 꿈도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씨는 작년 10월 노숙인들이 참가해 축구 경기를 하는 '멕시코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하면서 희망을 찾았다. "과거 무역선(船)을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외국인들과 즐겁게 어울렸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관광을 공부해 10년 안에 게스트하우스를 세우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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