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 송환된 '꽃제비(탈북 고아)' 출신 탈북자 9명이 처형되거나 강제수용소로 보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국제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다.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UN)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30일 "대부분 미성년자이고 고아인 탈북 청소년 9명이 북한에서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지 우려된다"며 이들의 안전 보장을 북한 당국에 촉구했다. 인도네시아 검찰총장 출신인 다루스만은 2010년 북한 인권 상황을 조사하고 관련 보고서를 UN에 제출하는 특별보고관에 임명됐으며, 최근 북한 정권의 반(反)인도주의 범죄를 조사할 목적으로 설치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Commission of Inquiry) 위원에도 선임됐다.

체포 2시간 전… 자신들의 운명을 모른 채 활짝 웃고 있는 9명 - 탈북 청소년들은 2시간 후에 그들에게 닥칠 가혹한 운명을 모르고 있었다. 강제 북송된 ‘꽃제비(탈북 고아)’출신 탈북자들이 지난달 10일 라오스 경찰에게 붙잡히기 2시간 전에 찍은 사진을 본지가 대북 소식통을 통해 입수했다. 버스 앞에서 일부 탈북자들이 손가락으로 V자(字)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은 "북송된 청소년들이 현재 어디에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이들이 북한에 돌아간 후 직면하게 될 처벌과 대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관련 당국들은 이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탈북 청소년을 북한에 넘겨준 라오스 정부에 대해서도 "이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외면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돌아가면 사형이나 고문 등의 처벌과 박해에 직면하게 될 북한으로 누구도 재송환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포르투갈 총리를 지낸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는 30일 성명서를 내고 "북한으로 돌아간 탈북 청소년들의 기본적인 인권과 안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테레스 대표는 UNHCR이 라오스 정부의 송환 조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UNHCR은 북송된 청소년들에 대한 직접 면담을 북한에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주한 라오스 대사관 앞 시위… 외국인들도 동참 -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북한인권시민연합 회원들과 외국인들이 탈북자 9명이 라오스에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데 항의하며 주한 라오스 대사관으로 행진하고 있다. 손에 든 팻말에는 탈북자 9명을 추방한 라오스를 규탄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라오스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들을 지원해온 수잰 숄티 미국 북한자유연합 대표도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강제로 보내진 청소년 9명은 앞으로 고문이나 잘못하면 처형의 위험까지 있어 이들의 운명이 너무 걱정된다"며 "국제사회가 연대해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규탄하고 이들의 압송을 가능케 한 라오스와 중국 정부도 함께 비난해야 한다"고 했다.

숄티 대표는 미국 인권단체들과 함께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과 라오스 대사관 앞에서 탈북 청소년 구출을 위한 규탄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 의회의 긴급 청문회 개최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지난 29일 "라오스가 탈북자 9명을 추방했다는 보도에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으로 송환된 탈북자들의 처우에 대해서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