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검정을 통과, 올해 중학교 1학년부터 교육 현장에서 사용되는 역사 교과서에 여전히 좌(左)편향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7차 교육과정 '한국 근·현대사'와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이어,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중학생들이 배우는 '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서술에도 편향적 민족·민중주의 사관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1970~80년대의 운동권 이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중사관'은 사회주의·유물론적 시각에서 역사의 주체를 민중으로 보고 혁명적 계급투쟁의 흐름을 중시한다.

이런 분석은 한국현대사학회(회장 권희영)와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이 31일 낮 12시 30분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 강당에서 여는 학술회의 '교과서 문제를 생각한다: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분석과 제언'을 통해 공개된다.

'좌익'과 '북한'만 편드는 교과서

발표 논문을 통해 중학교 역사 교과서를 분석한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교과서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나 헌법적 가치가 아니라 특정 사상적 가치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태어났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한다"고 지적했다. '공산주의·자본주의' '친일·반일' '민주·파쇼'라는 가공적 대립이 교과서의 역사관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역사관은 곳곳에서 '좌파 옹호성 서술'로 나타난다고 권 교수는 밝혔다. 광복 직후의 정파 중 여운형을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독립국 건설'을 위해 노력했다며 긍정적으로 묘사한 반면, 한민당은 '일제강점기 지주·자본가 등의 주도로 결성'됐다는 편파적 시각을 보인다. 미·소 군정에 대해 '미군은 직접 군정, 소련군은 간접 통치'를 했다며 사실을 왜곡했다.

좌익이 신탁통치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일부 교과서에는 '임시정부 수립에 의의를 두고' 그랬다는 옹호성 문장도 들어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에서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수립하려는 움직임'을 강조하면서도, 이미 북한에 1946년 2월 실질적 정부가 결성돼 있었다는 것은 밝히지 않는다.

교과서들은 또 △6·25가 북한·소련·중국이 기획한 전쟁이었다는 사실 대신 유엔 개입으로 국제전으로 확대된 것처럼 서술했고 △북한 경제 실패의 원인을 대부분 '원조 중단' '자연재해' 등 외적인 것으로 돌렸으며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 등에 대부분 침묵하는 편파성을 보인다고 권 교수는 밝혔다.

무장 독립운동 '우대', 외교 독립운동 '홀대'

김도형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근대사 서술에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폐쇄적 민족주의 △침략과 저항의 이원적 접근 △일국사(一國史)적 민족·민중운동사 중심이라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역사관 때문에 독립협회를 '외세 의존적'이라고 한 반면, 대한제국은 '자주적 근대화를 위해 노력했다'로 쓰는 편파적 서술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역사관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좀 더 구체화된다. 오영섭 연세대 이승만연구소 연구교수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들은 온건론에 속하는 실력 양성, 외교 독립운동에 대해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홀대하거나 폄하한 반면, 무장 독립 전쟁이나 의열 투쟁은 호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동현 경희대 한국현대사연구원장은 "소련 측 문서 등 새 자료의 발굴로 이미 학계에서 존립 기반을 잃은 좌파 수정주의 사관이 여전히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깊게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을 긍정 일변도로 서술했고 △미국의 패권주의만 강조할 뿐 소련·중국의 침략성은 외면했으며 △남북 분단에 대한 소련의 책임을 희석하는 등 편파적 태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권희영 교수는 "적어도 북한에 대해서는 확실한 체제 우월성이 있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중심에 놓고 긍정적 정체성을 키워줘야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는 서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바로잡습니다

▲30일자 A2면 '아이들이 처음 배우는 歷史 교과서가…' 기사 중 관련 표에서 '좌익이 찬탁에서 반탁으로 입장을 바꾼 것'을 '반탁에서 찬탁으로…'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