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모두 천재(天才)란 게 제 생각이에요. 말 그대로 하늘이 준 재능을 타고났죠. 아직 계발되지 않은 것뿐이에요." 장기홍(39·경기 고양시 일산구)씨는 주변 학부모 사이에서 '선생님'으로 통한다. 실제로 그는 동네 초등 3년생 하수정·백민경양을 데리고 주 3회 '행복한천재학교'란 명칭의 무료 수업을 진행한다. 주요 과목은 수학과 영어, 그리고 고전 강독이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새벽 과외'도 시작했다. "고 2, 중 3 아이 공부 문제로 매일 씨름 중"이란 지인의 하소연을 들은 후 두 아이 역시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처음 3개월은 공부 습관을 들이기 위해 주 5회(월~금) 새벽 5시부터 90분간 수업을 진행했고 요즘은 주 3회로 횟수를 줄였다.

장기홍(왼쪽에서 두 번째)씨가 '행복한천재학교' 아이들과 함수 게임을 하고 있다.

장씨는 대학(연세대)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검색기획팀장과 인터파크 사내 벤처기업 '토크빈' 이사로 재직한 정보통신(IT) 전문가다. 그가 돌연 '공부 전도사'를 자처하게 된 배경엔 그의 아들 이삭군이 있다. 이삭군은 이제 초등 1년생이지만 사칙연산은 물론, 지수·함수·로그·도형 개념도 정확하게 이해한다. 고학년생용 책도 척척 읽어낸다. 이삭군이 마냥 신기한 엄마들은 학부모 모임에서 장씨를 붙잡고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대체 비결이 뭐예요?"

공부 싫다는 아이, '집중 가능 시간'으로 접근해야

그는 새벽 과외 얘기부터 들려줬다. "처음 지인의 얘길 들었을 때 '혼내고 다그친다고 공부가 되진 않는데…' 싶었어요. 한 달쯤 공부법을 알려주면 스스로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죠." 이후 장씨는 매일 새벽 4시면 기상, 5시엔 어김없이 형제의 집에 도착했다. 당시 두 아이의 성적은 그야말로 최하위권. 학교 수업이 무용지물인 수준이었다. 꼴찌로 낙인 찍힌 데다 학교·학원·집에서 먹는 눈칫밥만 늘어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초·중학교 과정에 대한 기초조차 없는 상태여서 막막했어요. 꿈을 물어보는데 대답도 못하더군요. 알고 보니 '꿈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하면 무시당할 것 같아서' 입을 다문 거였어요."

장씨는 두 아이와 상의해 학습 시간을 '2분 수업 후 10분 휴식' '3분 수업 후 10분 휴식'으로 조금씩 늘려갔다. 그는 "아이들의 집중 시간은 길어야 3분이고 웬만큼 자라도 20분을 넘기기 힘들다"며 "그 시간이 넘으면 앉아 있긴 해도 효과는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행복한천재학교' 수업도 총 시간은 60분이지만 10분 단위로 쪼개어 진행한다. 쉬는 시간엔 게임이나 산책을 즐긴다. '너무 산만한 것 아닐까?'란 걱정은 기우다. 새벽 과외에 참여했던 A(18)군의 경우, 낮은 내신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학교를 자퇴한 후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다. 요즘 그의 하루 평균 공부 시간은 14시간에 이른다.

하고싶을 때, 하고싶은 방식으로, 하고싶은 만큼만

장씨는 그간 육아 서적만 300권 이상 읽었다. 그런 후 내린 결론은 '아이가 하고싶을 때, 하고싶은 방식으로, 하고싶은 만큼만 가르친다'는 것. 이삭군은 만 2세 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3세엔 구구단을 외우고 시계 보는 법을 익혔다. 다섯 살엔 10자리 수 더하기와 빼기도 막힘 없이 해냈다. 요즘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마크 트웨인) '보물섬'(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같은 19세기 후반 모험 소설을 즐겨 읽는다. 하지만 그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아들에게 '공부하라'며 닦달한 적이 없다.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 아이와 공부를 합니다. 아이가 하기 싫어하면 수시로 건너 뛰어요. 내버려두면 본인이 먼저 공부하자며 달려와요. 학습 효과는 그럴 때 가장 높죠."

그는 "아이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원인은 '잘못된 교육법'에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하나의 개념을 설명할 때도 게임·체험·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덧셈을 곧잘 하기에 동전 세기도 거뜬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알고 보니 자릿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게 문제였습니다. '동전 잘 세면 너 혼자 마트에서 원하는 걸 살 수 있다'고 설명해줬더니 흥미를 갖더군요. 개념을 익힌 후엔 함께 가게에 들러 과자를 사고 거스름돈을 계산해보게 했어요."

그가 귀띔하는 최선의 교육법은 '배운 내용을 아이 스스로 설명하게 하는 것'이다. "'이건 이렇게 풀면 돼?' '너무 어려운데 아빠 좀 가르쳐줄래?'라고 물으면 아이는 신이 나서 제게 설명합니다. 틀렸을 땐 곧바로 답을 알려주는 대신 '이렇게 하면 어떨까?'란 질문을 던져 아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하죠." 그는 요즘 자신의 교육 경험을 개인 블로그 '호기심 팡팡… 이삭 홈스쿨'(blog.naver.com/ changkh)에 쌓고 있다. 수학 주요 개념 이해에 유용한 3분 내외 동영상 클립도 160여 개 만들어 올려놓았다. "이삭이를 키우며 '제대로 된 방법만 알면 공부는 결코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어요. 제 경험을 좀 더 많은 이들과 나눠 더 이상 공부 문제로 괴로워하는 아이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