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아이도 어린이집에서 쓰레기 된장국 먹고 있지 않나

조선일보
입력 2013.05.29 03:31

서울 송파경찰서와 송파구청이 송파·강남·서초·강동구 어린이집 1220곳에 대한 합동조사를 벌여 아동 학대와 국고 보조금 횡령을 저지른 어린이집 700여곳을 적발하고 어린이집 원장 55명과 가짜 보육교사 자격증 관련자 31명을 입건했다. 경찰서 한 곳이 조사해보니 관내 어린이집 절반 이상이 불법과 어린이 학대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면 전국 어린이집 4만3000곳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불안스럽다.

이번에 적발된 어린이집 중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생닭으로 죽을 끓여 먹인 곳도 있고 농수산물 시장 집하장에 버려진 배추 시래기를 모아 된장국을 끓여 먹인 곳도 있다. 생닭 죽을 끓여 먹인 원장은 "이런 닭은 폐기해야 한다"고 항의하는 60대 조리사를 곧장 해고했다고 한다.

전국 4만3000개 어린이집 중 국·공립은 5%뿐이고 나머지 95%가 민간 어린이집이다. 민간 어린이집은 1인당 시설 면적(4.29㎡)을 비롯한 최소 요건만 충족하면 쉽게 인가를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문을 열기만 하면 학부모들이 내는 보육료 22만~39만원 외에 원생 한 명당 중앙정부로부터 11만~36만원, 지자체로부터 5만~20만원씩 지원금이 들어온다. 올해부터 무상보육이 0~5세 전체로 확대되고 그 예산이 8조원에 이른다. 일부 악덕 업자들은 정부 보조금을 공돈으로 여기고 그걸로 자신들의 배를 채우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어린이집 한 곳에 평균 4700만원씩 권리금이 붙어 거래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원장 가운데 한 사람은 현역 구(區)의원이다. 그는 어린이집 5곳을 문어발식으로 운영하면서 국고 2억5000만원을 횡령했다.

지난달 일부 국회의원이 보육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자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어린이집 운영자들의 집단 압력을 받고 법안을 철회했다. 현실이 이 지경이라면 법안을 되살려 어린이집에 대한 상시 감찰을 할 수밖에 없다. 부모들이 이런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어떻게 직장에서 일손이 제대로 잡히겠는가.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봉사단을 짜 교대로 급식과 아동 지도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CCTV를 몇 십 대 설치하는 것보다 부모가 현장을 감독하는 게 효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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