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代價性 없다' 방패 뒤에 더 이상 숨지 말라

조선일보
입력 2013.05.29 03:31

대검 감찰본부는 자신이 근무하는 검찰청 관내 기업인들로부터 청탁을 받고 사건 관련 편의를 봐준 전주지검 검사의 해임을 법무부에 건의했다. 법무부는 곧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검사의 해임 여부를 결정한다. 이 검사는 작년 1월 한 기업인으로부터 "내가 고소돼 수사를 받고 있는데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검사실 전산망을 통해 다른 검사가 맡은 사건의 수사 상황을 파악해 알려줬다. 이 검사는 그 후 1년 동안 이 기업인한테 여러 차례 골프 접대를 받았다. 작년 12월에는 또 다른 기업인의 청탁을 받고 동료 검사가 구속한 피고인을 자기 사무실로 불러 두 사람이 특별 면회를 하도록 해줬다.

검찰은 지난 4월 일선 검찰청 근무 기강 점검 도중 이 검사실 책상 서랍에서 현금 700여만원이 든 봉투를 발견했다. 검찰은 돈의 출처를 알아내려고 이 검사의 휴대 전화 통화 내역과 컴퓨터 사용 내역을 추적하다가 그의 이런 비리들을 적발했다. 봉투에는 그가 수사 상황을 알아봐 준 기업인이 경영하는 회사 이름이 쓰여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이 검사가 "700만원은 부모에게서 받은 용돈과 수당을 모아 둔 것"이라고 한다며 돈의 출처도 밝히지 못해 형사처벌을 포기했다.

이 검사가 업자에게 특별 면회를 주선해 준 작년 12월은 부장검사가 10억원 뇌물을 받은 사건과 초임검사가 여성 피의자를 성추행한 사건이 겹쳐 그 뒷수습 과정에서 검찰총장이 부하들과 내분을 일으켜 중도 사퇴하는 일이 벌어질 때다. 검찰 전체가 초상집이 된 상황에서도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평소에는 그 처신이 또 어떠했겠는가.

검찰은 이 검사가 골프 접대를 받은 게 사건 관련 편의를 봐준 일의 대가(代價)인지 확실하지 않고 기업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도 드러나지 않아 검사를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 80%는 공무원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접대를 받으면 대가성과 관계없이 무조건 처벌하자는 '김영란법' 원안(原案)을 지지하고 있다. 검찰은 어느 공무원 서랍에서 700만원 현찰 봉투가 발견되고 그 봉투에 공무원이 편의를 봐준 기업 이름이 적혀 있다면 대가성(代價性) 여부를 증명한다며 그 공무원과 가족의 계좌를 샅샅이 뒤졌을 것이다. 검찰이 제 식구 범죄와 관련해 '대가성 없다'는 방패 뒤에 더 이상 숨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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