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23세 탈북자 9명 死地로 되돌려 보낸 '라오스 사태'

조선일보
입력 2013.05.29 03:32

라오스 정부가 27일 한국으로 가기 위해 중국을 거쳐 라오스로 넘어온 탈북자 9명을 중국으로 추방했다. 탈북자들은 15세에서 23세의 남자 7명과 여자 2명이다. 북한을 탈출한 이후 중국에서 구걸 행각을 하며 버텨온 이들은 '꽃제비'라고 불리기도 하는 고아(孤兒) 출신이라 한다. 이들은 북한 외교관 여권을 소지한 북한 기관원들과 함께 항공편으로 라오스를 떠나 중국 쿤밍 공항에 내린 것까지는 확인됐으나, 이후 행적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라오스는 지금까지 탈북자들을 1~2주가량 조사한 뒤 한국행을 원하면 예외 없이 한국으로 보내줬다고 한다.

탈북자 단체들은 탈북자들을 안내해 준 한국인 부부가 "한국 정부는 기다리라는 말만 할 뿐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며 "라오스 주재 미국 대사관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호소했다고 했다. 외교부는 "라오스 외교부와 공안 관계자를 매일 접촉해 이들을 국외 추방하지 말고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외교부의 해명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이다. 우선 밀입국 탈북자들을 예외 없이 한국으로 보내주던 라오스 당국이 왜 이들만 추방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외교부 말에 따르면 매일 라오스 측과 접촉해 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추방했다는 이야기인데, 라오스 측과 접촉이 그렇게 허술했다는 말인가. 과거에도 동남아 주재 한국 대사관으로 피신했던 탈북자들은 한국 외교관들의 무성의와 무관심에 강한 불만을 터뜨리곤 했다.

탈북 고아 9명이 북한으로 보내지면 본보기 차원에서 처형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김정은 권력 상속 이후 "탈북의 뿌리를 뽑기 위해 총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하라"며 탈북을 막아왔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는 2011년 2700여명에서 2012년 1500여명, 올해 3월 현재 320명으로 급감했다. 김정은 등장 이후 자유를 찾아 탈북하려는 이들은 죽음의 담장 위를 걷는 위태위태한 처지가 됐다. 정부는 당장 국제사회의 여론을 움직여 이들의 처형을 막는 데 최대한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라오스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탈북자들을 추방한 이유가 뭔지, 한국 대사관은 왜 이런 움직임을 사전에 알아채지 못했는지, 탈북자가 구금된 이후 한국 대사관의 조치는 적절했는지 등 이번 사태와 관련된 전 과정을 철저히 파헤쳐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이 어린 동포들이 북한을 탈출해 중국 땅에서 동냥을 하며 허기(虛飢)를 채워 왔다는 사정만 접해도 가슴이 미어지고 죄지은 느낌을 벗기 힘든데, 업무 실수나 태만으로 그들을 사지(死地)로 되돌려 보내게 했다면 그 허물을 어떻게 벗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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