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주석은 24일 북한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이 많은 사람이 바라는 일이자 대세"라며 "중국의 입장은 매우 명확하다. 유관 각국이 6자회담을 재개해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의 장기적 평화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전했다. 최는 시 주석에게 "조선(북한)은 6자회담 등 각종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며 "조선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과 북한이 6자회담 등 다양한 형식의 북핵 협상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북한이 이번에 반년 가까이 이어온 도발을 일단 접고 대화를 꺼내 든 것은 핵 폐기 협상에 진지하게 나설 뜻이 있어서라고 속단해선 안 된다. 쌀쌀해진 중국의 마음을 되돌리려는 의도가 더 클 것이다. 최는 자신의 방중(訪中)이 "조선·중국 관계를 개선하고 공고히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북·중 관계에 아무 이상이 없다면 그런 말이 나올 리 없다.

경계해야 할 점은 앞으로 북한과 어떤 대화가 진행돼도 비핵화에 진지한 뜻도 없이 '대화를 위한 대화'를 꺼낸 북에 시간만 벌어주는 대화가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최의 발언에 대해 "북한이 외교적 절차를 진전시키기를 바란다면 한반도 비핵화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대응이다. 중국은 비핵화가 필요하다 해도 그걸 위해 북한 정권이 흔들리게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아직 바꾸지 않고 있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의 확고한 의지 없이 그저 긴장 완화만을 목적으로 대화 중재에 나선다면 다시 과거로 돌아갈 뿐이다. 최근 중국에선 북핵이 결국 중국 국익을 해치게 될 것이라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 정부에 지금 요구되고 있는 것이 이런 판단과 자세다. 그래야 북핵 폐기로 가는 의미 있는 디딤돌을 놓을 수 있다.

한·미는 20년에 걸친 북핵 협상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중국이 같은 열의(熱意)를 갖고 북핵 폐기에 동참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한·미·일 3국은 과거 몇 차례 떠올랐던 북핵 폐기 협상의 호기를 그냥 흘려보낸 탓에 더 큰 북한발(發) 핵 재앙을 불러왔다. 북핵 협상 재개에 앞서 북한이 먼저 핵 시설 가동 중지 및 동결(凍結) 등 기존 6자회담 합의에 따른 조치 이행에 성의를 보이도록 하지 못하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허망한 일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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