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용병투수들 성적은 한식 식성과 비례?

입력 2013.05.24 10:08

조성관 편집위원 maple@chosun.com
외국인 투수 하나를 잘 뽑으면 한 해 농사가 잘된다는 말은 프로야구계의 금언(金言)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투수의 비중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쌓은 화려한 기록만 보고 어렵게 데려왔는데 정작 한국 마운드에서 형편없는 공을 던지다 몇 개월 만에 짐을 싸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한국 문화 적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국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게 언어와 음식이다. 현재 9개 구단은 외국인 투수 19명을 보유하고 있다. 9개 구단에는 이들의 통역을 비롯해 낯선 한국 생활을 도와주는 담당 직원이 있다. 이들이 통역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음식이다.

현재 외국인 투수 중 한국 음식을 식도락가 수준으로 즐기는 선수가 KIA 타이거즈의 앤서니 르루(31)다. 르루는 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데뷔했고 2012년 KIA에 입단했다. 르루는 못 먹는 한국 음식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거의 모든 종류의 음식을 최소 한 번 이상은 시도했다. 심지어는 지난해 여름 선동열 감독의 권유로 보신탕도 먹어보았다.

타이거즈 홍보팀 허권 차장에 따르면 르루는 보신탕 맛을 이렇게 평가했다. “국물맛은 좋은데, 고기가 말랑말랑해 이상했다.” 허권 차장은 “앤서니는 호기심이 많아 어떤 음식이든 거부하지 않고 시도해 본다”고 말했다. 앤서니는 한국 사람 중에도 코를 막고 뒤로 물러선다는 삭힌 홍어에도 도전해 딱 한 점을 먹어보았다. 앤서니가 꼽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육개장과 쫄면이다.

MLB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뛰다 지난해 KIA 타이거즈에 합류한 헨리 소사(28)의 별명은 ‘피시 킬러(fish killer)’이다. 소사가 특히 좋아하는 생선 요리는 굴비구이와 갈치구이. 보통 생선구이를 좋아하는 일반인이 많이 먹어야 2~3마리인 데 비해 소사는 10마리가 기본이다. 소사는 지난 4월 10일 광주 두산전에서 선발로 나와 공을 120개 던졌다. 허권 차장에 따르면 다음 날 저녁식사 자리에 굴비와 갈치가 올라오자 앉은 자리에서 굴비 15마리와 갈치구이 다섯 토막을 다 해치웠다. 소사가 던지는 강속구의 원천은 생선이라는 얘기가 결코 허튼 말이 아니다.

두산 베어스의 더스틴 니퍼트(32)는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고 있다. 니퍼트는 두산 베어스 마운드에서 부동의 에이스다. 통역 담당 남현씨의 도움으로 한국어 공부를 해 이제 경기장의 광고판과 식당 메뉴의 한국어를 읽을 줄 안다. 물론 코치가 지시하는 것도 어느 정도 알아듣는다. 통역 담당 남현씨의 설명이다.

“니퍼트는 찌개에 밥을 말아먹는 정도이다. 지금은 시즌이 끝나고 미국에 가서도 현지에서 김치를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문의할 정도로 김치를 좋아한다. 갈비와 삼겹살 구워 먹는 것을 특히 좋아하는데 마늘과 김치를 쌈에 싸서 즐긴다.”

MLB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출신인 게리 올슨(29)은 올해가 첫 번째 시즌이다. 올슨 역시 식성이 좋아 한국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짬뽕에 공기밥을 말아먹기도 하고 회냉면과 만두도 좋아한다.

LG 트윈스의 벤자민 주키치와 레다메스 리즈는 LG 마운드의 필승조다. 주키치(31)는 한국 음식에 현재 많이 적응된 상태다. 오징어, 낙지, 번데기를 제외하고는 크게 가리지 않고 먹는다. 주키치는 음식 문제에 있어 홈경기나 원정경기나 큰 불편이 없어 통역 담당을 편하게 해준다. 주키치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식당에 가면 영어로 된 메뉴판이 없어서 내가 무슨 음식을 먹는지도 모를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리즈(30)는 다른 선수들처럼 갈비를 즐긴다. 그 외에 육개장, 짬뽕, 짜장면을 좋아하는데 육개장을 크림수프처럼 생각하며 맛있게 먹는다. 리즈는 인터뷰에서 “내가 한국 음식을 너무 좋아해 여자친구가 싫어한다”고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에는 크리스 옥스프링(36)과 셰인 유먼(34)이 있다. 호주 출신인 옥스프링은 2013년 시즌 롯데에 입단했는데, 이번이 한국 야구가 두 번째다. 2007년부터 LG 트윈스에서 공을 뿌렸다. 옥스프링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 음식에서 나는 특유의 향 때문에 적응하는 데 무척 애를 먹었다. 하지만 옥스프링은 갈비를 좋아한다.

유먼은 MLB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에서 선수 생활을 한 적이 있다. 2012년 처음 한국 프로야구에 발을 디뎠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출신인 유먼은 매운 음식을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찜닭, 닭갈비, 제육볶음, 부대찌개, 김치찌개 등이 유먼이 좋아하는 매운 음식 리스트. 그중에서 유먼이 체력이 달릴 때 즐겨 찾는 보양식은 찜닭이다. 김치찌개의 경우는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것을 좋아한다.

한화 이글스에는 데니 바티스타와 대나 이브랜드가 있다. 카리브해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바티스타(나이???)는 외국인 투수 중 식성이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 생활 3년째인 바티스타는 여전히 매운 음식은 먹지 못한다. 바티스타는 채소는 먹지 않는 육식주의자다. 그가 좋아하는 음식은 돼지목살. 바티스타는 인터뷰에서 식성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돼지목살을 가장 좋아한다. 이양기와 가르시아가 소개해줘서 함께 먹었는데 정말 맛있다. 고기를 먹을 때면 항상 돼지목살을 시켜 먹는다.”

돼지목살 다음이 꽃등심, 안창살, 항정살 순이다. 삼겹살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치킨도 좋아하지만 단 조건이 있다. 미국제 양념소스가 옆에 있어야만 치킨을 먹는 까다로운 입맛의 소유자. 까다로운 식성의 소유자들이 대개 그렇듯 바티스타는 대식가 스타일이 아니다. 보통 한 끼에 고기 2인분, 밥 1~2공기 수준이다. 대나 이브랜드(30) 역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MLB를 거쳤다. 2013 시즌 한화와 계약한 그는 김치와 고추장을 즐겨 먹는 한국 음식 매니아.

넥센 히어로즈의 브랜든 나이트와 앤디 밴 헤켄은 넥센 마운드에서 보물 같은 존재다. 나이트(38)는 MLB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 등을 거쳐 한동안 일본에서도 활동했다. 나이트가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009년 삼성 라이온즈. 2011년부터 넥센 마운드에 선 나이트는 한국 음식 매니아가 된 지 오래다. 나이트는 소갈비를 무척 좋아한다. 또한 고기를 다 먹고 나면 반드시 된장찌개와 공기밥을 시켜먹는다. 나이트는 육회와 초밥도 즐긴다. MLB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출신인 앤디 밴 헤켄(34)은 부대찌개에 라면 사리를 넣어 먹는다.

SK 와이번스의 외국인 투수 조조 레이예스와 크리스 세든은 올해가 첫 번째 한국 생활이다. 조조 레이예스(29)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레이예스는 불고기, 갈비, 등심구이, 삼겹살 등 육식을 즐긴다. MLB에서 경험을 쌓은 크리스 세든(30)은 바비큐 요리와 함께 멕시칸 요리를 즐긴다. 통역을 맡고 있는 김현남씨는 “일부러 한국 음식을 권하지 않고 호텔에서도 본인이 원하는 대로 룸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수들이 한국 음식 문화에서 본능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이는 음식이 있다. 그것은 연체동물인 문어와 오징어. 특히 연체동물의 원래 형태가 그대로 드러난 음식에 그들은 경기를 일으킨다. 두산 베어스의 게리 올슨은 오징어볶음은 즐기지만 마른 오징어는 냄새와 형체 때문에 싫어한다. 한국인은 문어, 오징어, 주꾸미를 살짝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는 것을 즐기지만 그들은 형체만 보고도 기겁을 한다. 실제 프로농구팀의 한 외국인 선수는 회식자리에서 살아있는 문어를 보고는 욕설을 퍼붓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영미권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을 보면 문어는 보통 악마(evil)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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