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수선충당금 횡령·부당 지출 사례가 빈발하면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매달 전국의 아파트에서 걷히는 장기수선충당금은 627억원으로, 작년 7월 기준으로 2조6539억원이 적립돼 있다.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입주자대표회장·관리소장의 '양심'에만 관리를 맡겨두기엔 너무 큰돈이다.
횡령이 발생할 소지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장기수선충당금을 기금(基金)과 연계, 공적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국토부는 국민주택기금에 충당금 적립을 유도하고, 대출도 국민주택기금에서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 이건기 주택정책실장은 "아파트 단지별로 적립한 장기수선충당금을 공개할 수 있는 통합 인터넷망을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충당금 액수의 많고 적음이 집값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갈수록 재건축이 까다로워지고, 아파트 수명이 길어지는 점을 감안해 장기수선충당금 적립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아파트의 수명은 한국이 23년인 데 비해 이웃 일본은 30년, 독일은 79년, 미국은 100년이 넘는다. 한국 아파트의 수명이 짧은 것은 준공 이후부터 수선계획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 집계 결과 관리비에서 매달 적립되는 장기수선충당금은 전국 아파트 평균 1㎡당 92원. 방 3개짜리 106㎡ 아파트라면 매달 9750원가량이다. 일본은 1㎡당 156엔(약 1700원)으로 우리의 18배, 독일은 1㎡당 9유로(약 1만2900원)여서 우리의 140배나 된다. 일본·독일 아파트가 우리보다 오래가는 이유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고, 적재적소에 집행한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 아파트 단지 3533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12.4%인 438개가 준공 25년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파트의 급격한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서도 치밀한 수선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