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광주광역시 금호중 학생들이 전남대병원 병실을 찾았다.

병상에 누운 새라 그레이든(34)씨는 미소로 아이들을 맞았다. 몸을 일으킬 수만 있었다면 아이들을 껴안아주며 반겼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대신 학생들이 침대에 누운 선생님을 차례로 안아 드렸다.

"선생님, 힘내세요. 빨리 일어나 가족도 만나셔야죠."(채단비)

새라 선생님은 애써 주먹을 쥐어 보였다. 하지만 가족 얘기를 하며 눈물을 떨궜다.

금호중 교사와 학생들이 입원 중인 새라 선생님을 위로하고 있다.

그녀는 작년부터 금호중에서 원어민교사로 영어회화를 가르쳤다. 성격도 적극적이어서 학생들과 금세 친해졌다. 정규수업 외 매주 희망 학생들과 별도의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자원봉사로 학부모 영어회화 교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초 갑작스러운 출혈과 혈변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희소 난치성 질환인 궤양성 대장염과 심부정맥혈전증 진단을 받았고, 두 달 새 다섯 차례 응급수술을 받았다. 혈액마저 희귀한 RH―B형이어서 수혈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입원 치료가 장기화하면서 병원비와 간병비를 감당하기도 힘들다.

영국인으로 콜롬비아에서 결혼한 그녀는 콜롬비아에 사는 4세 아들과 남편의 생계를 책임져왔으며, 가족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한국에 오기 어려운 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금호중에서부터 도움의 손길이 시작됐다. 교직원들이 먼저 모금 운동에 나섰다. 광주시교육청과 동·서부 교육지원청 등도 모금 운동을 벌여 치료비에 보탰다. 학생들도 260여만원을 모았다. 전국의 원어민 교사들도 SNS 등을 통해 치료비 모금과 헌혈 동참 등을 호소하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새라를 도웁시다(Let's Help Sarah)'라는 페이지를 개설했다. 소식을 전해 들은 새라 선생님은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