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4일 국무회의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라며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완제품이나 원·부자재를 반출하기 위한 회담을 북한 측에 제의하라"고 통일부에 지시했다.
정부는 지난 3일 북측이 요구한 미수금 1300만달러를 주기로 하고 대신 개성공단 공장에 보관된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가져오기 위해 막판까지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이 물품들을 그대로 남겨둔 채 우리 측 관계자 7명을 귀환시켰다. 당시 남북 간에는 추후 이 물품들의 반출 문제에 대해 협의한다는 양해가 있었으나 북측은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된 지 열흘이 지나도록 아무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은 두 달 가까이 공장 문을 닫게 돼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개성 공장의 완제품과 물품이라도 되찾아오길 바라고 있다. 박 대통령이 통일부에 남북 회담을 제의하라고 지시한 것은 1차적으로는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우리 기업의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찾아오겠다는 취지다.
북한은 과거 도발 국면에서 대화로 넘어가는 출발점을 미국과 회담하는 데서 찾았고, 미·북 회담에서 도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식량과 석유 지원 등을 얻어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도발을 벌하지 않고 보상하는 대화를 하지는 않겠다"고 합의했다. 북한은 '도발→대화→지원'이라는 과거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이 재개되는 등 북한이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는 듯한 신호가 나오고 있다. 북한이 과연 아무런 소득 없이 위협 카드를 접을지, 아니면 돌연 도발로 우리의 허를 찌르려 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북이 얻는 것은 없다. 북이 만약 지금 출구를 찾으려고 고민하고 있다면 이번에 박 대통령이 내민 손을 잡는 것이 가장 체면을 살리면서 국면을 전환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 측이 제의한 남북 회담의 의제는 개성공단 물품 반출이지만,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앞으로 남북, 미·북 대화의 시기와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북이 회담장에 나온다고 해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공단을 돌리는 것은 정상화가 아니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의 단순한 정상화가 아니라 북한이 국제사회와 한 약속에 대한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안전장치가 무엇인지 국제사회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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