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추행 前後' 기초 사실조차 입 다문 청와대

입력 2013.05.14 03:02

선정민 정치부 기자 사진
선정민 정치부 기자

청와대는 지난 9일 귀국한 윤창중 전 대변인을 조사했고 이남기 홍보수석 등 관련자들에 대한 자체 조사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 한국 대사관의 조사 결과도 보고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발생한 지 6일째인 13일에도 청와대는 사건의 전말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이남기 홍보수석, 허태열 비서실장,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이어졌지만 누구도 이번 사건의 경위, 특히 윤 전 대변인이 조기 귀국하게 된 과정에 대해선 속 시원히 언급하지 않았다.

성추행 사건은 윤 전 대변인과 피해자의 주장이 다르고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해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진상을 밝힐 수 있고, 밝혀야 하는 사안들이 적지 않다.

윤 전 대변인이 사건 당일 새벽까지 술을 누구와 마셨는지, 윤 전 대변인의 귀국 비행기 표를 누가 예약했고, 누가 그의 조기 귀국을 결정했는지 등등 아리송한 대목이 하나둘이 아니다. 만일 그가 새벽에 수차례 인턴 직원에게 전화를 했다면 그것 역시 청와대가 충분히 인지하고 조사할 수 있는 일이다. 당시 근무했던 청와대·대사관 직원들의 증언도 있을 수 있다. 관련자들의 통화 기록 조회만으로도 의혹이 꽤 많이 걷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시중에는 "청와대가 뭔가 잘못한 게 있으니 숨기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무엇보다 윤 전 대변인의 귀국 배경과 관련, 이남기 홍보수석과 윤 전 대변인이 말싸움을 벌이는 것을 청와대가 수수방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역대 정권의 대형 스캔들은 단초가 된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숨기려 했던 과정에서 불거졌다. 국민들은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는지 여부는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히 사실관계가 밝혀지도록 할 것"이라는 대통령의 약속을 기준으로 삼아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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