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파문] "찔끔찔끔 대응이 문제 키워… 선제적 대응 시스템 필요"

조선일보
입력 2013.05.14 03:02 | 수정 2013.05.14 09:57

[朴대통령 리더십 달라져야 '윤창중 파문' 재발 막는다]

'스몰 토크' 늘려야 - 제때 보고 못받아 대응 늦어
참모와 격의 없이 대화해야 위기때 원활하게 소통 가능

위계질서 세워야 - 대통령만 바라보는 체제에
비서실장·수석 권위 사라져… 직책에 맞는 힘 실어줘야

직언하는 참모로 교체를 - 정권 창출 앞장선 측근 대신
비서진에 외부인 대거 기용, 책임지고 헌신하는 사람 없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중 성추행 의혹을 일으킨 것은 개인의 자질 문제였지만, 이후 사태를 키운 것은 청와대 비서실의 미숙한 대응이란 지적이 많다. 비슷한 사태가 재발하는 걸 막기 위해선 우선 청와대 비서실의 개편이 필요하고, 더 근본적으로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이 변화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현안은 '선제·종합 대응'하라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돌아온 10일 밤늦게 이남기 홍보수석을 내세워 사과했으나 12일 허태열 비서실장이 다시 사과했다. 이어 13일 박 대통령이 또 사과했다.

이처럼 사건 발생 직후 확실히 대응하지 않고 '찔끔찔끔' 대응하는 것이 문제를 키운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정부 출범 초기 인사 파동 때도 허 실장이 김행 대변인을 내세워 '대독 사과'를 했다가 비판을 받았고, 작년 대선 때 과거사 문제도 질질 끌다가 결국 당시 후보였던 박 대통령이 사과했으면서도 교훈을 못 얻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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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수석의 빈자리…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중대한 과오”라고 사과했다. 사의를 표명한 이남기 홍보수석의 자리(맨 왼쪽)가 비어있다. /YTN
靑, 내부 시스템 보완책 시급 TV조선 바로가기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항상 현안이 생겼을 때 선제적으로 장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10일 미국에서 돌아와 서울공항에 내렸을 때 박 대통령이 원칙적 유감 표명을 했어야 한다. 그리고 13일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수습책을 발표했으면 불이 빨리 꺼지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靑 내 '스몰토크' 늘려라

현안 대응이 늦어지는 원인 중 하나는 박 대통령이 제때 보고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수석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을 알게 된 후 26시간이 지나서야 보고한 이유에 대해 "대통령에게 아무 때나 불쑥불쑥 들어가서 보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비서진이 국민보다 대통령을 무서워하고 수시로 불쑥불쑥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미국의 대통령학에는 대통령이 '감정적 통제'도 잘해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보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드는 보고에 대해 '레이저(눈총)'를 쏘거나 무시하는 습관을 버리고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에 있었던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과 수석 간에 격의 없이 '스몰토크(small talk)'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며 "대국민 사과에 '대통령께'란 표현을 집어넣었다는 것 자체가 수석이 대통령을 만나 죄송하다는 말을 할 기회조차 없는 현재 청와대의 경직된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권한 주고 위계 잡아라

이번 사태가 더 번진 것은 이 수석과 윤 전 대변인이 귀국 과정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면서부터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에 있었던 민주당 관계자는 "평소에도 이 수석과 윤 전 대변인의 권한과 책임 구분이 불분명했으니까 사건이 발생한 후 '윤창중이 이남기 말을 듣는 사람이냐' 같은 말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형준 교수는 "비서실, 내각, 새누리당까지 모두 박 대통령만 바라보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위계질서가 무너지고 모든 사람이 대통령과 일대일 관계를 맺게 된 것 같다"며 "그러니 윤 전 대변인이 직속상관인 홍보수석 눈치도 보지 않고 술을 마시러 다닌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정치권에도 친박(親朴)엔 2인자가 없고 박근혜 청와대에서도 비서실장이 제 역할을 못 하는 것 같다"며 "부처만 '책임장관제'를 할 것이 아니라 비서실도 실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각 수석과 비서관의 권한·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진정한 '참모'로 교체하라

현재 청와대 비서실에 '진정한 참모'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정권 창출을 위해 헌신한 참모들 대신 외부인을 대거 기용했기 때문에 돌출 행동이 나오고, 그에 대해 책임지려는 사람마저 없다는 것이다.

김대중 청와대에 있었던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 내의 동지적 유대가 없으니 홍보수석이 '내가 귀국을 지시했다. 대통령을 위해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책임지지 않고 지시를 했느니 안 했느니 싸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윤평중 교수는 "청와대 참모진을 일신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을 위해 굉장히 솔직한 얘기, 직언(直言)과 고언(苦言)을 할 역량이 있는 인물들로 바꾸지 않으면 정상적인 비서실 시스템이 작동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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