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고등학교 교사 A(30)씨는 지난해 어쩔 수 없이 교원단체에 가입했다. 옆자리에 앉은 부장 교사가 밥 사주고 업무도 도와주며 수차례 가입을 권했기 때문이다. A씨는 "부장 교사가 '같이 가서 밥만 먹으면 된다'고 해 따라갔는데 막상 가니 가입 서류를 내밀었다"며 "회비 내는 게 아까웠지만 부장 교사 얼굴을 봐서 가입했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부장 교사가 퇴직하면 곧바로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만 고령화되는 게 아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조직이 고령화되면서 고민에 빠졌다. 새로 부임하는 젊은 교사들이 교원단체 가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본지가 교육부의 '시도교육청별 교원단체 및 교원노조 가입현황'과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12 교육통계연보'등을 분석한 결과, 20대 교원 100명 중 10명꼴로 한국교총에, 2명꼴로 전교조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한국교총의 회원 수는 14만9580명(전체 교원의 32.5%), 전교조 노조원은 5만4808명(전체 교원의 11.9%)이다.
한국교총의 20대 교사는 전체 회원의 5.7%(9438명·5월 현재)에 불과하다. 전교조 역시 20대 노조원 수가 전체의 2.6%(1680명·2011년 6월 기준) 수준이다. 그 바람에 전교조는 386세대인 40대가 조직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난 2011년 기준으로 전교조 교사들의 평균연령은 44세로, 2009년(40세)보다 4세 더 높아졌다.
젊은 교사들이 교원단체 가입을 기피하는 이유가 뭘까. 중학교 B(31) 교사는 "임용 후 1~2년 동안 업무 파악하고 학생들 상담할 틈도 없는데, 교원단체 활동에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젊은 교사들의 개인주의 성향이 교원단체 가입률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탈(脫)이념화가 젊은 교사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C(29) 교사는 "처음 부임했던 학교에서 만난 전교조 선생님들이 학생들한테 이념적으로 편향된 교육을 하는 데 실망했다"면서 "교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젊은 교사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교원단체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전의 한 고교에서 근무하는 D(29) 교사는 "나를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교원단체에 가입하는 건 시간과 돈 낭비"라며 "차라리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칠 방법을 탐구하는 교과 연구회에 가입하거나 관심사가 비슷한 교사들끼리 취미 동아리를 만들어 어울리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젊은 교사들이 교원단체를 외면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한국교총과 전교조는 젊은 교사들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교조는 올 2월 전국대의원대회 때 '조직 구성원 고령화(高齡化) 현상'을 진지하게 논의하기도 했다. 한 전교조 교사는 "교대·사범대 학생을 '예비 교사'로 지칭해 교육하고, 학교 차원에서 신규 교사에게 가입을 권유하는 등 20~30대 조합원 수를 늘리는 활동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교총도 "중앙 차원에서 시·도 교총에 지원금을 제공하고, 지회별로 '새내기 교사 환영대회' 등을 개최해 새로 임용된 교사를 대상으로 한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