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스캔들'로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11일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은 여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특히 그가 귀국 직후 청와대 내부 조사에서 인턴의 엉덩이를 만지고 인턴이 호텔 룸으로 왔을 때 알몸으로 있었다고 진술해 놓고서 기자회견에서 이를 부인한 것에 대해 인간적 환멸을 느낀다는 반응이 폭주했다. 한 직장인은 "시정잡배도 아닌 고위 공직자가 금방 드러날 사실을 그토록 뻔뻔하게 부인하다니 기가 막힌다"고 했다. 트위터에도 "어떻게 기자회견에서까지 거짓말을 하나…국민을 사익(私益)에 써먹을 정도로 그렇게 한국이 만만하니…."(shainneko) 등 비난 글이 폭주했다.
윤씨가 기자회견에서 "문화적 차이" 운운한 것도 국내외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취업 준비생 오모(28)씨는 "'문화적 차이'라는 말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가증스러운 말"이라고 했고, 경찰관 윤모(42)씨는 "한국에서도 그렇게 안 한다. (미국) 문화를 잘 몰랐다는 변명은 대한민국을 더 초라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처음 알린 미국 교민 인터넷 커뮤니티 '미시 유에스에이(Missy USA)'엔 "엉덩이 움켜쥐는(Grab) 게 한국 문화구나 이런 쓰레기들", "한국에선 여자 엉덩이 만져도 된다는 거냐 이 XXX아"라는 막말이 쏟아졌다.
트위터에는 "윤창중의 '문화적 차이'라는 말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성희롱 국가'로 전락해 버렸다. 자기 살자고 나라를 팔아먹은 셈이다"(@opensky86)라는 글도 올라왔다. 윤 전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인턴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허리를 한 차례 쳤다면서 "미국의 문화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국민은 윤씨가 청와대 참모라는 요직에 있으면서도 외국에 나가 망동을 했다는 데 더 분개하고 있다. 직장인 김도형(27)씨는 "우리나라의 대표 격인 대변인이라면 오해받을 짓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 삼보일배하며 전국 일주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되잖은 변명을 하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윤씨가 스스로 당당하다면 미국에 가서 떳떳하게 조사를 받으라고 촉구하고 있다. 직장인 김규동(28)씨는 "정말 억울했다면 현지에 남아서 미국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고 정식으로 대처했어야 한다. 나라 망신 제대로 시켰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불통' 인사에도 비판이 쏟아졌다. 한 20대 직장인은 "윤씨는 기자들에게 막 대하는 등 이전부터 문제가 많았던 사람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만한 가능성이 컸는데도 인사를 강행한 대통령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10일 '윤창중 유죄가 맞는다면 미국에서 벌 받게 하죠'란 제목으로 이슈 청원 글이 올라와 전자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서명 시작 사흘째인 12일 오후, 1만명을 목표로 시작한 서명운동에 이미 7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인터넷에 패러디 시리즈도 등장,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패러디한 'Grab과 함께 사라지다'와 영화 '아이언맨3'를 패러디한 '아이고손(hand)' 등이 사건을 우스개로 만들고 있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수행하는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이 대통령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는 점에서 국민에게 큰 모욕감과 충격, 실망을 안겨줬다"며 "게다가 윤씨가 낯 두꺼운 거짓말 변명까지 했다는 것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능욕이자 국민에 대한 테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