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도쿄 한국 뮤지컬 전용관인 아뮤즈뮤지컬시어터에서‘카페인’을 관람한 아베 아키에 여사가 극장 내 포토존에서 기념 촬영한 후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한국 뮤지컬을 본 것에 대해 올리지 않을 수도 있었으나, 비판을 각오하고 포스팅했습니다. 모든 나라, 모든 사람과 좋은 사이로 지내고 싶은 것이 제 마음입니다. 제 나름대로 이상(理想)을 향한 한 걸음이라 이해해 주세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도쿄 롯폰기의 한국 뮤지컬 전용관 아뮤즈뮤지컬시어터에서 한국 뮤지컬 '카페인'을 즐겁게 관람했다고 9일 페이스북에 밝혔다. 당연히 일부 일본 우익들이 뭇매를 가했다. "때가 어느 땐데 총리 부인이 경솔하다", "한국의 반일(反日) 실태를 좀 더 공부하라." 이에 대한 답글로 밝힌 소회가 '이상을 향한 한 걸음'이다.

일본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아뮤즈에서 운영하고, 한국의 CJ E&M이 콘텐츠를 공급하는 아뮤즈뮤지컬시어터는 지난달 문을 열었다. 한국 창작뮤지컬을 올리는 전문 공연장으로, 한국 배우가 주연인 '카페인' 이후 7편이 예정돼 있다. 아뮤즈 측에 따르면, 여사는 지난 9일 오후 2시에 일부 지인과 함께 공연을 봤다. 아뮤즈 측에 '행차' 사실을 따로 알리지 않았고, 표도 직접 사서 봤다. 한때 한류 드라마 팬을 자처했던 아키에 여사는 지난해 10월 독도 문제로 양국 갈등이 첨예해지자 "더는 한류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고 인터뷰했다. 그러던 여사가 다시 찾은 것이 한국 뮤지컬이다.

공연장이 문을 연 것은 아베 총리의 '망언'으로 한창 떠들썩하던 무렵이었다. 지난달 25일 이 극장의 개관식에 참석한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일본인 관객들은 "정치는 정치고, 문화는 문화"라고 입을 모았다.

아키에 여사 발언이 남편의 망언으로 경색된 한·일 관계를 '한류'에 편승해 부드럽게 만들어보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그러나 충돌하는 것보다 멈추는 것이 더 어려운 이 정치적 '치킨 게임'에서 누군가 작은 브레이크를 자처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선 비판을 멈출 필요가 없다. 그러나 '양국이 좋은 사이가 될 수 있는 문화라는 다리를 잊지 말자'는 발언이 어느 정도 공감되는 것도 사실이다. 아키에 여사의 페이스북에 한 일본인은 이런 댓글을 올렸다. "나쁜 것은 나쁘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은 좋다고 해도 문제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