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GM 회장까지 거론한 '통상임금'

조선일보
입력 2013.05.10 23:09 | 수정 2013.05.10 23:30

미국 자동차 회사 GM의 애커슨 회장이 8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경제인 오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엔저(低) 현상과 통상임금,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결코 한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애커슨 회장의 말은) 한국GM이 지난 2월 앞으로 5년간 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계획을 조건부로 재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애커슨 회장도 우리 정부 힘만으로는 엔저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결국 그는 우리 노사 현안인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GM이 한국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한국GM은 현재 전·현직 근로자들이 제기한 3건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 휘말려 있다.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들은 정기 상여금과 조사연구수당·귀성여비·휴가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휴일·야근수당과 퇴직금을 추가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1·2심에서 패소(敗訴)한 뒤 대법원에서도 패소할 경우에 대비해 전체 근로자들에게 추가 지급해야 할 인건비 8140억원을 따로 쌓아두느라 작년에 34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한국GM이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노동부 지침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작년 3월 대법원이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휴일·야근수당 등이 덩달아 오르게 되고 퇴직금도 늘어난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국내 기업 노조들이 과거 3년 동안의 각종 수당과 퇴직금을 다시 계산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이 100건을 넘는다. 경총은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로 국내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추가 인건비가 3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박 대통령은 애커슨 회장에게 "GM만이 아니라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이니까 꼭 풀어가겠다"고 했다. 통상임금 문제는 노사 간의 소송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행정지침을 따랐던 기업들이 곤경에 처한 만큼 정부가 책임 의식을 갖고 우리 경제와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타협책을 찾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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