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 뉴스報道 할 수 없는 케이블채널, 교양프로그램으로 포장해 類似(유사)보도 일삼는데… 관심도 없는 미래부 "조사할 여력없다" 뒷짐만

조선일보
  • 이영완 기자
    입력 2013.05.10 03:22

    -tvN·RTV 등 유사보도 논란
    정치고발프로 RTV 'GO발뉴스' 前 MBC 기자가 진행 맡아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 은 작년 野후보 단일화 토론 방송
    해당 채널들 '類似보도' 부인

    -일반 PP 담당하는 미래부
    "규제 완화가 기본 입장" 유사방송 실태조사는 미루고 일반PP 지원책만 고민

    -모호한 방송법도 문제
    "현재法으론 違法판단 어렵다" 방통위, 세부 기준 만들기로

    법률상 뉴스 보도를 할 수 없는 케이블 채널(PP)들이 오락이나 교양 프로그램 형식으로 유사(類似) 보도를 일삼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관할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규제는 손 놓고 방송 산업 육성 명목으로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송법 자체의 기준도 모호하지만, 새 정부 들어 방송 소관 부처가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부로 이중화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미래부에는 보도 전문 PP가 아닌 일반 PP인 RTV가 'GO발뉴스'라는 보도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는 민원이 들어왔다. 현재 방송법은 지상파방송과 종합 편성 방송, YTN과 같은 보도 전문 PP만 보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사 보도 논란이 일고 있는 프로그램
    RTV 측은 "제목에 '뉴스'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지만 시민 참여 콘텐츠와 대담이 중심이어서 보도 프로그램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상호 전 MBC 기자가 진행하는 GO발뉴스는 원래 인터넷으로만 방영되다가 지난 3월부터 '뉴스타파'와 함께 RTV 편성에 포함됐다. 당시 GO발뉴스를 지지하는 한 언론은 "이 두 독립 언론 프로그램은 그간 방송 플랫폼 확보가 큰 관건이었다"며 "이제 상당수 가구의 채널권에 이 프로그램들이 포함됨에 따라, 확장성 우려가 줄어들게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지층 역시 보도 프로그램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CJ E&M의 tvN도 보도할 수 없는 일반 PP로 오락·교양 프로그램만 방영하도록 돼 있다.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박만 위원장은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이 야권 후보 단일화 토론 등 정치 토론을 방송한 것을 두고 "tvN은 일반 PP이기 때문에 시사 토론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같은 채널의 토론 프로그램 '쿨까당'도 유사 보도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럼에도 유사 보도를 규제해야 할 정부 부처들은 손을 놓고 있다. 방통위 곽진희 편성평가정책과장은 "일반 PP는 보도를 못 한다"면서도 "현재 방송법은 보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방송이 위법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방송법은 방송 프로그램을 오락·보도·교양 3가지로 분류한다. 방송법에 보도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관한 시사적인 취재·보도·논평·해설'로 규정돼 있다.

    CJ E&M은 "'백지연의 끝장토론'과 '쿨까당'의 장르는 교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끝장토론은 지난 대선 기간 야권 후보 단일화를 다뤘고, 쿨까당은 야당 의원 등을 출연시켜 새 정부의 국민행복연금 등을 비판하는 토론을 했다. 누가 봐도 시사적인 보도·논평·해설 성격이 짙다.

    방통위는 최근에야 '보도·교양·오락에 대한 편성 규제' 비율과 분류 기준 등 세부 기준(고시)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곽진희 과장은 "상반기는 이미 지나갔고 서두르면 연말까지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PP의 유사 보도 논란이 일어난 지 한참 지났는데도 정부가 대응하지 않는 것은 새 정부 들어 방송 담당 부처가 방통위, 미래부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일반 PP는 어디까지나 미래부 소관이다. 방통위는 지상파방송과 종편, 보도 PP를 관장한다. 방통위가 고시 개정을 한다며 지상파, 종편, 보도 PP 관계자들은 부르고 정작 문제를 일으킨 일반 PP는 부르지 않았다. 방통위는 "일반 PP는 우리 소관이 아니어서 부르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아직 GO발뉴스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아예 유사 보도 규제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는다. 미래부 최정규 방송산업정책과장은 9일 "유사 보도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해야 하나 아직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며 "지금은 일반 PP를 스마트 미디어로 만들 지원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최근 국회 업무 보고에서 중소 PP 제작 시설 지원 등 지원책들을 발표했다. 최 과장은 "일반 PP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가 기본 입장"이라고도 했다.

    방송 장르별 정의 - 표
    이는 정부 조직 개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미래부의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일반 PP의 보도 편성 금지와 부(副)편성 20% 룰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실태 조사 계획이 있었지만, 정부 조직 개편과 함께 유야무야됐다"고 말했다. 일반 PP들은 매달 총 방송 시간의 20% 안에서 해당 채널의 특성과 다른 여러 장르의 프로그램을 방영할 수 있는 부편성 제도를 이용해 유사 보도를 하고 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교수(법학)는 "스포츠 채널이라고 스포츠 중계만 100% 할 수 없기 때문에 부편성 조항이 생긴 것이지, 교양으로 포장된 유사 보도를 하라고 만든 건 아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를 전공한 한 교수는 "여야의 타협안으로 방송사 소관 부처가 나뉘면서 한쪽은 규제만 하고, 다른 쪽은 아예 지원만 고민하게 된 것이 근본 문제"라며 "규제와 지원은 모든 방송사를 대상으로 동등하게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유사(類似) 보도

    방송법상 보도 프로그램을 제작·방영할 수 없는 케이블 채널들이 교양 프로그램의 형식으로 시사 문제에 대한 해설과 논평 등을 하는 행위. 증권 정보 프로그램에서 앵커와 기자들이 뉴스를 얘기하고, 정치인과 시사평론가들이 나와 정치 현안을 토론하는 것을 교양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PP

    ‘Program Provider(프로그램 공급자)’의 약자로 ‘방송채널사용사업자’로 불린다. tvN·투니버스·OCN같이 TV에서 볼 수 있는 각각의 케이블 채널을 일컫는다. YTN, 뉴스Y는 방송법상 뉴스 보도를 할 수 있는 보도 전문 PP이고, 나머지 일반 PP는 보도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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