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상일여고,문학,갯벌,섬체험 등 8개 주제 이색 수학여행 화제

입력 2013.05.09 17:02

광주상일여고 1학년생들은 이번 주 내내 맘이 설렌다. 다음 주 월요일 기다렸던 수학여행을 떠난다. 설레는 마음은 같지만, 학생들이 꿈꾸는 여행은 8가지 색깔로 제각각이다.
학생 전체가 버스 여러 대에 나눠타고 줄지어 다니는 수학여행이 아니다. 1학년 286명이 관심 있는 주제와 진로 등에 따라 8개의 모둠으로 헤쳐모였다. 모둠 별로 행선지도 일정도, 숙소도 천차만별이다.

일부는 첫날 영랑(永郞)과 다산(茶山)의 고장 강진에 이어 완도 윤선도 유적, 장흥 천관산문학공원 등을 찾는 문학기행을 떠난다. 다른 모둠은 여수와 고흥, 전북 무주 등을 돌며 우주과학 체험학습 활동을 하고, 또다른 학생들은 함평과 신안 증도에서 갯벌생태의 비밀을 캔다.

‘에코(eco)체험’을 선택한 노을여울(16) 양은 “평소 가고싶었던 곳을 수학여행지로 선택할 수 있어 좋다”며 “어린시절 이후 멀어졌던 자연과 농촌의 향기를 흠뻑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학교가 색다른 수학여행을 시작한 것은 3년 전. “근대교육 이후 지금껏 바뀌지 않은 관광 위주의 수학여행을 벗어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김진구 교장)

수학여행을 위해, 학년 초 학생·교사들의 추천을 받아 문학·우주과학·갯벌생태·남도음식·섬체험·역사·봉사·환경 등 8가지 주제를 선정했다. 학교운영위원회에 상정해 프로그램을 점검한 뒤, 주제별로 일정을 짜고 템플스테이·팜스테이·한옥마을 등 지역 특성에 맞춰 숙박지도 정했다. 모든 과정은 학생과 교사들의 토론과 준비로 진행됐다.

주제마다 30여명씩으로 모둠을 구성한 뒤, 준비모임을 갖고 체험여행 과정에서 수행할 개인·모둠 과제도 정했다.

8개의 모둠은 주제 별로 다른 일정에 따라 활동한 뒤 3일째 오후 화순 금호리조트에 집결, 모둠·소모임별 보고서를 작성한다. 마지막 날 8개 주제별 발표대회를 여는 것으로 수학여행은 막을 내린다.
모둠별 발표자료와 소모임 보고서는 ‘상일여고 내일로(내가 일깨워가는 나의 진로)’라는 제목의 자료집으로 묶어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와 진로, 대학입시 등에 활용한다.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전국 20여개 학교가 배워갔고, 일부 자치단체와는 업무협약으로 이어지는 등 공교육의 모델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자율형 공립고인 상일여고는 2008년 개교한 신생 학교로, 50명의 교사들이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1학년생들은 가을이면 무등산을 종주(17㎞·8시간)하고, 2학년 봄에는 섬진강을 따라 걸으며 재래시장에서 장을 봐 손수 음식을 만들어 먹는 수련활동에 나선다. 누구나 2개 이상의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입학·졸업식과 입학설명회 등 모든 학교 행사를 학생들이 진행한다.

김 교장은 “여고시절 산과 강 체험은 평생 잊지못할 추억이 되고, 우리 학교의 소중한 전통이 될 것”이라며 “환경·인성·성적 등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침 없이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면서도 개혁적인 학교문화와 공교육의 새 모델을 만드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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