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각) 미국 의회 연설에서 "북한은 핵 보유와 경제 발전의 동시 달성이라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세웠다"며 "(북한이 핵·도발을 포기하고 대화에 나서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유지해나가면서 비무장지대(DMZ)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보상(補償)은 없다"면서도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북한은 한·미 두 대통령이 밝힌 대북(對北) 메시지의 중점이 북한에 벌(罰)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도발을 멈추고 비핵화 의지를 밝힌다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역시 북한의 잘못에 대해 상(賞)을 주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면 북한과 대화하고 필요에 따라 과감한 대북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나의 대북 접근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고 했다.

북한은 5월 들어 관영 매체들을 동원해 부쩍 경제 강국 건설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역시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군부대 위주로 현장 시찰을 다니다가 최근 평양 시내 주요 건설 현장을 찾는 등 경제 시찰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핵·미사일·국지(局地) 도발 시도를 거둬들였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5개월 넘게 계속된 주민 총동원 전시(戰時) 체제를 더 이상 끌고가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다 중국 최대 외국환 거래 은행인 중국은행이 7일 북한 조선무역은행 계좌 폐쇄와 금융거래 중단을 발표한 데 이어 중국건설은행, 농업은행 등도 이런 조치를 뒤따르고 있다. 북한이 에너지·식량 등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중국이 이렇게 나간다면 북의 고립은 갈수록 더 깊어질 것이다. 중국이 북한에 핵·도발 대신 대화로 나오라고 공개적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런 방향으로 계속 흘러가면 김정은이 아무리 경제 현장을 찾아다니고 경제 강국 건설을 강조한다 해도 북의 처지는 더욱 고단해질 것이다.

북한이 정말 경제 건설과 고립 탈피를 바라고 있다면 박·오바마 대통령의 대화 제안에 담긴 뜻을 바로 읽고 응답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북한은 한·미 두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를 거듭 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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