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만 해도 어느 신문을 구독하느냐가 그 사람의 사회적 성향과 의식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였다. 우리 국민은 신문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고 사건의 본질을 파악했으며 자기의 입장을 정리하는 훈련을 하기도 했다. 신문을 통해 시야를 넓히는 것이 민주 시민의 자질을 키우는 충분조건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신문 산업은 되돌리기 힘든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한국의 뉴스 미디어 2011'에 따르면 신문의 가구 구독률은 2000년 59.8%에서 2010년 29%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신문광고 매출은 2000년 2조1214억원에서 2009년 1조5007억원으로 30% 이상 줄어들었다. 이렇듯 신문의 위기는 자본력이 낮은 신문이나 지역신문에 더 가혹하게 적용되었으며 지난 10년 동안 중소 언론사와 지역신문은 만성적인 적자와 경영 위기에 봉착했다. 어떤 전문가들은 신문의 시대는 끝나고 디지털, 모바일 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신문 산업을 되살릴 방법은 더 이상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논란을 떠나 신문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기획, 탐사, 르포, 심층취재 등의 기사와 콘텐츠는 신문만이 제공할 수 있으며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 또한 이런 콘텐츠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넓힐 수 있다. 신문이 민주주의 사회의 윤활유이자 감시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신문의 위기'를 '민주주의 위기'로 규정하며 신문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프랑스가 대표적인 경우로 지난 2009년 이후 정부의 광고홍보비를 두 배로 늘렸는가 하면 만 18세가 되는 시민은 1년간 1개 신문을 무료 구독하게 하는 등 전방위적 대책을 내놓고 있다. 또한 미국 의회는 '전환기의 미국 신문 산업'이라는 보고서에서 '신문 산업의 위기가 방치될 경우 정당정치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신문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반면 우리 정부는 여전히 신문의 위기를 그들만의 위기로 치부하는 것 같다. 신문발전기금 등을 통해 관행적이고 형식적인 지원책으로 일관하고 있고 실제 어려움을 겪는 중소 신문사에 대한 실효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관행적으로 집행되는 정부 지원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 입지가 좁아져만 가는 신문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독자의 자발적인 구독을 늘리는 것 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이러한 고민 끝에 필자는 지난 4월 15일 신문을 구독하는 근로 소득자에게 연간 2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여야 국회의원 25인과 함께 발의했다. 좀 더 많은 국민이 제값을 내고 신문을 구독하여 건강한 공론의 장이 넓어지기를 바란다. 이 법이 통과된다면 연간 총 150억원 수준의 소득 환급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으로 따지면 작은 혜택이지만 조금이나마 신문 구독의 매력을 높여 대한민국 언론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큰 보람이 될 것이다.
입력 2013.05.06.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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