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31] 레고 같은 뇌?… 장난감 블록처럼 ‘회로망’ 모여 다양한 기능 수행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3.05.06 23:29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현대 뇌과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 중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MRI)이라는 게 있다. 수십억원 가격에 다루기도 어렵고, 시간적·공간적 해상도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뇌의 다양한 상태를 뇌를 직접 건드리지 않고 촬영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특히 MRI의 여러 방식 중 하나인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fMRI)'을 사용하면 살아있는 뇌의 지각·인지·감성과 연관된 기능적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fMRI는 1990년대 초 처음 나온 후 수많은 연구를 가능하게 했다. 그 결과 인간의 뇌는 위치마다 독특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다. 뇌에는 얼굴, 몸, 도구, 사물의 움직임, 3D, 글쓰기 등등 서로 비슷한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세포들끼리 비슷한 곳에 뭉쳐 있어 뇌 전체가 마치 모듈 같은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사실 '모듈식' 뇌 구조는 이미 20세기 초 독일 뇌 과학자 브로드만(Korbinian Brodmann)을 통해 제시된 바 있다.

똑같이 생긴 레고 블록으로 여러가지 모양을 만들듯이, 우리 뇌도 비슷하게 생긴 '회로망'들의 조합으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똑같이 생긴 레고 블록으로 여러가지 모양을 만들듯이, 우리 뇌도 비슷하게 생긴 '회로망'들의 조합으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브로드만은 신경세포의 조직적 구조를 연구했는데, 위치에 따라 신경세포의 크기·구조·밀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세포조직적으로 비슷한 영역을 묶어 지도화한 것이 바로 오늘날 '브로드만 지도'라고 불리는 뇌 조직 표준 지도이다. 신기한 것은 브로드만 지도와 fMRI를 통해 얻은 기능적 뇌 지도가 상당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결국 뇌는 기능적으로 서로 구별되는 영역으로 나뉘며, 이 기능적 영역은 각자 다른 신경세포의 조직적 구조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뇌의 모든 기능이 각자 다른 뇌 영역으로 구별될 수 있을까? 인간 뇌의 기능은 거의 무한이지만, 뇌 영역은 한계가 있다. 모든 기능을 영역적으로 나눠 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수많은 기능은 어떤 식으로 뇌에 구현되어 있을까? 이론적으로 많은 시나리오가 가능하겠지만, '레고 형식'의 구조를 생각해볼 수 있다. 브로드만이 발견한 것처럼 뇌는 영역마다 세포조직적 차이가 있다. 하지만 시각·청각·인지 관련 뇌 영역은 기능적으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른 정보들을 처리해야 하는 데 비해 너무나도 비슷한 세포 간의 회로망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대뇌 피질은 반복되는 서로 비슷한 회로망으로 구현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레고식' 뇌 기능 구조를 제안할 수 있다. 마치 기본 레고 블록들을 모아 다양한 모양을 구현할 수 있듯이 뇌 역시 동일한 기본 회로망을 잘 연결해 무한에 가까운 인간의 뇌 기능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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